백일섭과 정원관의 웃음 뒤에는 말못했던 가정사가 있었다.
19일 방송된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2'에서는 가족들과 관련된 가정사를 조심스럽게 고백하는 백일섭과 정원관의 모습이 그려졌다.
백일섭은 동생들과 함께 생애 처음 동반 제주도 여행에 나섰다. 이들은 제주도의 그림 같은 유채꽃밭을 거닐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백일섭과 세 동생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 이유는 백일섭을 비롯해 이들의 어머니가 각기 달랐기 때문. 동생들은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 (백일섭) 오빠가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백일섭은 "그때가 TBC 시절이었는데, 녹화 도중에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녹화가 새벽 한시쯤에 끝나 겨우 아버지 얼굴 한 번 보고 보내드렸다. 그리고 나서는 또 곧바로 서울로 올라왔다"고 아버지와의 마지막 이별을 회상했다. 아버지를 묻는 동생들의 질문에 백일섭은 "나도 잘 모른다. 몇 번 뵌 적이 없다. 한국에 오더라도 훌쩍 어디론가 나가버렸다"고 말하며,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았다는 동생들의 말에 "아버지 닮을까봐 결혼 후 여자를 딱 끊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어머니가 각기 달랐던 백일섭과 동생들은 남처럼 서먹하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백일섭은 "집에 찾아갈 때마다 동생들이 생겨 있더라. 그 시절에 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며 "내가 사는 집에는 친어머니가 있는데, 고향집에 가면 우리 어머니가 아닌 다른 분이 계시니까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정원관 역시 눈물로 가정사를 고백했다. 형들을 초대해 가족 식사를 함께 한 정원관은 IMF 시절 사업을 하던 둘째 형의 빚보증으로 전재산을 날린 사연에 결국 눈물을 쏟았다.
정원관은 사업을 하던 둘째 형의 보증을 서다 소방차와 연예기획사 운영으로 번 돈을 모두 날리고 거액의 빚을 떠안게 됐다. 둘째 형은 "보증인이 정원관이라고 하니 진짜냐고 계속 묻더라. 그리고 정원관임을 확인하고는 고액대출을 해줬다"고 말했고, 정원관은 "부도가 나면 형이 감옥에 가는 거였다"고 형의 부도를 끝까지 막고 싶었던 깊은 속내를 드러냈다.
정원관의 둘째 형은 "내가 못할 짓을 크게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에 정원관은 "가족이라는 건 슬픔을 같이 공유할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이 그 슬픔을 가져가고 그로 인해 가족이 밝아질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닐까. 그걸 이어가서 형을 슬프게 하는 게 싫었다"고 말했다. 형의 빚 보증 때문에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정원관은 이미 20년 가까이 지난 일임에도 울컥 눈물을 쏟았다.
동생 정원관의 눈물에 둘째 형은 미안함에 얼굴을 떨궜다. 쉽사리 동생의 얼굴을 보지 못한 정원관의 둘째 형은 "제수씨만 보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고, 정원관은 "미안해할 필요가 어디있냐. 그때 와이프는 10살 정도였다"고 너스레를 떨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방송을 통해 숨겨두고 싶었던 가정사를 고백한 백일섭과 정원관.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소식이 있듯이 어려움을 겪은 이들의 가족애는 더욱 특별했다. 그때는 짐이 됐지만, 지금은 힘이 되는 존재. 서로가 있음에 감사하는 이들의 가족애는 안방에 훈훈함을 선사했다. 고비를 겪고 더욱 끈끈한 가족애를 쌓은 이들의 미래에 행복만이 있기를 기원한다. /mari@osen.co.kr
[사진]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