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한 것이다".
한화는 지난 13일 대구 삼성전부터 14~16일 대전 SK전을 모두 패했다. 시즌 최다 4연패 늪에 빠지며 주춤했다. 18일 대전 LG전에서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한숨 돌렸지만 이 4연패가 한화에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팀 전체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결국 '내 탓이오'를 외쳤기 때문이다. 마운드 운용에 있어 한 번 꼬인 실타래를 풀지 못해 안 좋은 흐름을 불렀다는 자책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 주말 SK의 좋은 흐름을 끊지 못한 건 삼성과 두 번째 경기(12일)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날 윤규진이 조금 불안한 바람에 정우람까지 썼다. 윤규진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끝냈다면 정우람을 셋째날(13일) 불펜에 남겨 놓을 수 있었을 텐데 거기서부터 꼬였다"고 돌아봤다.
12일 삼성전에서 한화는 5-3으로 승리했지만 8~9회 3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5-0으로 리드한 8회 투입된 윤규진이 볼넷과 안타를 내주며 1사 1·2루가 되자 마무리 정우람이 등판한 것이다. 삼성의 추격을 따돌리고 이겼지만 윤규진·정우람이 연투를 소화하는 바람에 13일 경기엔 대기 명단에서 빠졌다.
그 여파가 이튿날 13일 경기까지 이어졌다. 당초 SK와 3연전 첫 날 선발로 쓸 생각이었던 장민재를 13일 삼성전에 불펜 대기시킨 것이다. 윤규진과 정우람이 빠진 만큼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야 했다. 결국 장민재를 경기에 쓰진 않았지만 불펜에서 몸을 푼 투수를 이튿날 선발로 넣기엔 무리가 있었다. 'SK 킬러' 장민재는 3연전 마지막 날로 선발이 미뤄졌지만 5이닝 4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이미 SK의 기세가 올라온 뒤였다.
김 감독은 "셋째날 정우람을 쓸 수 있었다면 장민재가 불펜 대기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 바람에 장민재가 SK전 첫 날에 나가지 못했다. 첫 날 선발이 장민재였다면 3연전 전체 흐름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게 바로 내가 잘못한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야구는 사소한 부분, 하나의 잘못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자책했다.
김 감독의 야구는 철저함을 추구한다. 여유 있는 점수차에도 불펜 필승조가 집중 투입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전체 마운드 운용 구상이 헝클어지는 때도 적지 않다. 김 감독은 "너무 안전하게 들어가려 한 것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향후 불펜 운용에 있어 변화를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제한돼 있는 추격조의 활용 폭을 넓힐 수 있다.
김 감독은 "야구는 어려운 것이다. 단순하게 볼 게 아니다. 깊은 것을 나와 팀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 고유의 스타일이 단기간 쉽게 바뀌진 않겠지만, 선발투수 이닝을 길게 가져가기 시작한 것처럼 불펜 운용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어 보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