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0·LA 다저스)이 고대했던 시즌 첫 승에는 다시 실패했다. 그러나 무려 955일 만에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밝혔다.
류현진은 19일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7피안타(3피홈런) 1볼넷 7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집중타를 맞지 않으며 비교적 무난한 투구 내용을 이어갔으나 결국 3개의 피홈런이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올 시즌 류현진 등판 경기에서 9이닝당 득점 지원이 1점이 채 안 되는 타선은 다시 침묵하며 첫 승 기회는 날렸다.
1회 아레나도에게 벼락같은 2점 홈런을 맞은 류현진은 2회부터는 안정을 찾았다. 3회 2사 후 아레나도에게 2루타를 맞은 것을 빼면 피출루는 없었다. 2회는 삼자범퇴였다. 4회까지 딱 하나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4회 1사 후 스토리에게 좌월 솔로포를 맞은 것이었다. 하지만 볼넷이나 연속타로 주자가 쌓인 뒤 와르르 무너지는 투구 내용은 전혀 아니었다.
그런 류현진은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사실 2사 후 아레나도 타석 때가 한 차례 교체 타이밍이었는데 로버츠 감독은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2사 후 아레나도에게 또 실투가 들어가며 솔로포를 허용했지만 벤치는 류현진이 5회를 채우게 했다.
아쉬움을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류현진으로서는 남다른 5회였다. 2015년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던 류현진은 그 후 정식 경기에서 단 한 번도 5회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8일 샌디에이고와의 복귀전에서는 4⅔이닝 6실점을 했고 올해 두 차례 등판에서도 모두 5이닝에 아웃카운트 하나가 모자란 4⅔이닝을 던졌다. 이는 5회에 흔들렸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날은 5회 벽을 넘겼다.
류현진이 마지막으로 5이닝 이상을 던진 것은 정규시즌 기준으로 2014년 9월 7일 애리조나전(6⅔이닝 2실점)이 마지막이었다. 그 후로 무려 955일 만에 5이닝 이상을 던진 셈이 됐다. 류현진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얼마나 험난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처음으로 5이닝 벽을 깼으니 앞으로는 조금씩 늘어가는 이닝도 기대할 만하다. /skullboy@osen.co.kr
[사진] 로스앤젤레스(미 캘리포니아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