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역적’, 왜 어리니 숨바꼭질에 집착할까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4.19 09: 31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이 어리니 찾기에 지나치게 심혈을 기울여 시청자들의 아쉬움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된 ‘역적’에서는 홍길동(윤균상 분), 홍길현(심희섭 분) 형제의 여동생 어리니가 옥란(정다빈 분)이 아닌 상화(이수민 분)로 밝혀지고, 홍길동이 연산군(김지석 분)을 잡기 위해 궁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홍길동은 연산군에 맞서기 위해 백성들과 의기투합했다. 홍길현은 궁 안 상황을 홍길동에 전하며 힘을 보탰다. 남편 홍길동이 죽은 줄 알고 복수를 위해 궁으로 들어간 가령(채수빈 분)은 연산군 눈에 띄었다. 

가령에 자리를 뺏길까 위협을 느낀 장녹수(이하늬 분)는 기강을 바로 세운다는 명목으로 가령 앞에서 옥란을 벌했다. 가령은 푸른 끈을 가진 옥란이 홍길동의 여동생이라 확신하고 그를 보호한 것. 하지만 후에 길동의 동생이란 징표인 푸른 끈이 옥란이 아닌 상화의 것임을 알게 된다. 
마침내 밝혀진 어리니의 정체는 상화였다. 상화는 송도환(안내상 분)의 측에 서서 궁궐의 거인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오빠 홍길동과의 대척점에 서있는 상화의 상황이 비극을 예고했다. 그 와중에 홍길동은 연산군의 앞에 등장, 반란의 시작을 알렸다. 
홍길동의 입궁, 장녹수와 가령의 신경전 등이 새롭게 등장했지만, 어리니의 정체만큼 임팩트 있지 않았다. 그동안 어리니는 드라마에서 주요 수수께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옥란이라 짐작했던 것과 달리, 어리니가 상화로 밝혀져 놀라움을 자아낸 것.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충격이 아니라 혼란스럽다는 게 대부분이다. 시원하거나 깜짝 놀랐다기보다 ‘정말?’이라는 끝말이 나올 만큼 어쩐지 찝찝하다. 열심히 ‘떡밥’을 주워가며 수수께끼를 쫓아왔는데, ‘그럴 줄 알고 반전을 준비했지’라며 상화를 들이민 것에 당황스러움을 느낄 만도 하다. 
이렇게 되고 보니, ‘역적’은 왜 어리니 찾기에 이토록 집착하는지 허무함이 밀려든다. 물론 어리니라는 인물은 ‘역적’에서 중요하다. 홍길동이 힘을 찾은 원인이었고, 흩어졌다 다시 만난 홍씨 집안의 마지막 퍼즐이기 때문이다. 궁에서 오빠들을 재회한 만큼, 어리니가 향후 스토리에 중요한 열쇠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리니의 실종부터 정체가 밝혀지기까지 너무나 긴 시간이 흘렀다. 이렇게 허무한 반전을 줄 거였으면 진작 알려줬어도 됐을 법했다. 거기에, 지금은 연산군을 치려는 홍길동에 더욱 집중됐어야 하는 시기. 기껏 홍길동과 연산군의 긴장 상태를 최상위로 끌어올려놓고는, 갑자기 어리니 찾기에 포커스를 맞춰 그 긴장감을 김새게 만들었다. 
30부작이란 회차가 역시 너무 길었던 걸까. 지나치게 끌었던 ‘역적’의 어리니 찾기가 못내 아쉽다. 이젠 홍길동과 연산군의 시원한 격돌을 기대할 뿐이다. / yjh0304@osen.co.kr
[사진]  ‘역적’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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