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추악한 우리나라 정치판, '특별시민'에 다 있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4.19 09: 26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을 보면 냉엄한 정치판의 생리를 실감하게 된다.
'특별시민'은 현 서울시장 변종구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치열한 선거전을 그린 정치 영화이다. 내달 9일 열릴 19대 대선을 앞두고 개봉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예비 관객들의 관심이 한층 높게 쏠려 있다. 
권력욕의 상징 정치인. 그들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 선거이며, 그 선거가 영화의 출발이었다는 박인제 감독의 구상에서 시작된 ‘특별시민’은 권력을 얻는 선거에 집중해 우리나라 정치판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표현했는데 어쩐지 우리나라의 정치판을 보는 것 같아 익숙하다.
선거 전반의 고질적인 추태가 한 몫을 더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안철수 조폭 연계’ ‘신천지 국민의당 대규모 입당’ ‘문재인 치매’ 등 아니면 말고 식의 네거티브 공세와 가짜 뉴스가 넘쳐나지 않았나.
권력을 얻기 위해 상대 후보를 막무가내로 끌어내리고, 이기기 위해 더 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뺏어야 하는 선거. 그 곳에서 살아남고 선택 받기 위해 달려가는 욕망 가득한 변종구를 중심으로 흡입력 있는 스토리를 담아냈다. 특히 우리 정치계에서 볼 수 있듯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네거티브 공세나 정치인들의 가족 비리도 녹아 있어 공감도를 높인다.
영화 속 서울시장은 서울을 사랑한다지만 시민보다는 권력을 더 사랑하는 달변가이자 전략적 배신자이다. 현실에서 롤 모델을 삼은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
그러나 리더십과 쇼맨십을 갖춘 종구는 그간의 작품 속 무능력하고 비열하게 획일화된 정치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다층적인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와 달라진 현재 정치색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최민식의 연기가 뒷받침돼 입체적인 변종구 캐릭터의 면모를 살려냈다.
최민식은 18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살면서 정치인들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변종구의 말과 행동이 변하는 과정을 통해 직접 살려보고 싶었다”며 “정치인하면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들의 흥망성쇠가 말 속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종구가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에 집중했고 상황에 따라서 변하는 그의 성격에 충실하려 했다. 기본적으로 변종구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캐릭터와 작품 분석 비결을 밝혔다.
차기 대권을 노리고 헌정 사상 최초로 3선에 도전하는 서울시장이자 탁월한 정치 감각과 철저한 이미지 관리로 선거전을 이끄는 서울시장 후보 변종구 역을 위해 최민식은 표정과 대사 한마디에도 섬세함과 정확성을 기했다.
특히 후보들의 TV토론 장면은 굉장히 리얼하다. 현 서울시장으로서 방어에 나서는 변종구와 그에 맞서는 강력한 후보 양진주(라미란 분)의 공세가 펼쳐지는 TV 토론은 마치 실제 토론 현장을 방불케 하는 열띤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배우들의 애드리브를 살렸다는 제작진의 설명이다.
또 선거를 코앞에 두고 갑자기 후보가 사퇴하거나 같은 진영의 후보들이 표를 모으기 위해 단일화하는 현실도 담아 씁쓸한 미소를 더한다.
시장 역의 최민식을 비롯해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 역의 곽도원, 종구의 선거캠프에서 일하는 광고 전문가 박경 역의 심은경, 변종구와 맞서는 또 다른 서울시장 후보 양진주 역의 라미란, 진주의 캠프에서 일하는 임 특보 역의 류혜영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만남으로 보는 맛을 살렸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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