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워키는 이번 오프시즌에서 1루 포지션에 하나의 변화를 단행했다. 지난해 홈런왕인 크리스 카터(현 뉴욕 양키스)를 방출하고 3년 보장 1600만 달러에 에릭 테임즈(31)를 영입해 대체자로 세웠다.
사실 도박이었다. 카터는 낮은 정확도가 단점으로 꾸준히 지적됐으나 그래도 30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는 슬러거였다. 적어도 힘은 검증이 된 타자였다. 반면 테임즈는 이미 MLB의 높은 벽을 뚫지 못하고 한 차례 실패한 전력이 있었다. 지난 3년은 MLB의 시선에서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KBO 리그에서 뛰었다. 카터보다 더 많은 공헌을 할 수 있을지는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밀워키의 도박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테임즈의 엄청난 활약 때문이다. 테임즈는 18일(이하 한국시간)까지 12경기에서 타율 4할5리, OPS(출루율+장타율) 1.479, 7홈런, 12타점의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OPS와 홈런 모두에서 MLB 으뜸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활약에 현지는 놀란 눈을 비비고 있다.
밀워키가 테임즈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일본 진출을 생각하던 테임즈가 밀워키의 제안에 두말하지 않고 손을 잡은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밀워키는 다른 팀들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테임즈에 어떤 확신을 가졌던 것일까. 데이빗 스턴스 밀워키 단장은 FOX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당초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던 테임즈가 한국 무대에서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여준 것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스턴스 단장은 KBO 리그가 보통 더블A와 트리플A 사이의 수준으로 평가된다면서도 테임즈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스턴스 단장은 테임즈가 MLB의 변화구, 특히 브레이킹 볼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는지는 집중적으로 살폈다고 떠올렸다.
스턴스 단장은 “KBO 리그에서 뛰던 당시, 테임즈의 스윙 매커니즘이 많이 바뀌었을 뿐만아니라 그는 더 많은 브레이킹 볼을 골라내고 있었다. 브레이킹 볼에 대한 그의 존은 참을성이 있었고, 더 향상되어 있었다”라면서 “이런 변화로 테임즈의 성적이 MLB 레벨에서도 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영입 배경을 밝혔다.
이와 더불어 스턴스 단장은 테임즈에 처음 접촉한 것이 2015년 가을이었으나 당시에는 이미 테임즈가 NC와 2016년 계약을 맺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영입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동아시아 전담 스카우트가 없는 밀워키지만 KBO 리그의 경우는 영상이 잘 정리되어 있어 많은 참고를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5경기 연속 홈런에 6개의 대포를 친 테임즈는 “다음 주에는 성적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야구”라며 크게 흥분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미 테임즈는 MLB가 주목하는 선수로 발돋움했고, 밀워키의 구단 역사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테임즈가 시즌 막판까지 활약을 이어가며 밀워키를 함박웃음 짓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