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편견은 이제 그만! '엘롯기'의 긍정적 변화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4.19 06: 00

인기에 비해 성적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곳에 묶였던 '엘롯기(LG, 롯데, KIA)'가 시즌 초 휘파람을 불고 있다. 매 시즌 발목을 잡았던 약점, 혹은 편견을 극복하는 모습이다. '사상 첫 동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달라진 모습만으로도 팬들은 환호하고 있다.
LG, 롯데, KIA는 개막을 앞둔 스토브리그 때부터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투수 최대어' 차우찬은 LG로, '야수 최대어' 최형우는 KIA로 향했다. 그리고 '빅 보이' 이대호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들의 시즌 시작은 나란히 순조롭다. KIA는 12승3패로 단독 선두, 롯데는 9승6패로 kt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라있다. LG는 8승7패로 승패 마진 +1을 기록하며 공동 4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올 시즌 엘롯기의 순항이 반가운 또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이들이 편견을 극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 '입LG효과'는 허상…투타 이적생 활약
LG 유니폼을 입으면 성적이 떨어진다. 반대로 LG에서 다른 팀으로 떠나면 잠재력을 폭발시킨다. 소위 '입LG효과, 탈LG효과'로 불리는 이러한 현상은 LG 팬들의 속을 쓰리게 만드는 요소였다. 실제로 LG는 2000년대 초중반 트레이드와 FA 영입에서 큰 재미를 못 봤다. 홍현우를 시작으로 진필중, 박명환, 마해영 등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이들은 LG에 와 약속이나 한 듯 부진했다.
하지만 그 시절을 넘기면서 LG는 영입으로 팀 전력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2009년 나란히 FA로 영입한 이진영과 정성훈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진영은 LG서 뛰었던 7시즌 간 754경기에 나서며 타율 3할6리, 45홈런, 377타점을 기록했다. 정성훈 역시 여전히 LG의 코너 내야를 지키며 956경기 출장, 타율 3할1리, 73타, 45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내로 LG에서만 1000경기 출장 위업을 달성할 전망이다.
올 시즌, '입LG효과'가 허상임을 증명할 사례가 두 가지 더 생겼다. 바로 차우찬과 최재원이다. 차우찬은 올 시즌을 앞두고 LG와 4년간 95억 원의 FA 계약을 맺었다. 극단적인 '뜬공형 투수' 차우찬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외야가 넓은 잠실야구장과 '케미'가 맞는 선수다. 차우찬은 올 시즌 3경기 등판해 18.1이닝을 던지며 2승1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 중이다. 데뷔전 6.1이닝 8탈삼진 무실점 호투의 인상을 이후 두 경기서 증명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꾸준히 이닝을 먹어주며 불펜이 약한 팀 사정을 돌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FA 자격을 얻어 삼성으로 떠난 우규민의 보상선수 최재원도 순조롭게 자리잡고 있다. 20인 보호명단서 제외된 '21번째 선수' 최재원은 올 시즌 LG의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뛰고 있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휴식 보장은 물론 2루 경쟁을 점화하며 손주인과 최재원의 동반 상승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 봄데 자이언츠, 오랜 편견 깨나?
봄데. '봄에만 잘하는 롯데'의 약자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시범경기부터 시즌 초반까지 페이스가 좋았다. 하지만 4월 중순을 넘어가며 좋았던 흐름이 뚝 끊긴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봄데는 뉴욕 양키스가 와도 당해내지 못한다'는 말이 마냥 긍정적으로 들리지 않은 이유다.
최근 롯데는 봄데의 이미지를 깼다. 봄부터 쭉 잘했다면 긍정적 변화였겠지만, 봄부터 못했다. 롯데는 가을야구에 실패했던 2013시즌 시범경기 8위를 시작으로 2014시즌 꼴찌, 2015시즌 5위, 2016시즌 꼴찌에 그쳤다.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성적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지만 적어도 봄데 이미지와 거리는 멀었다. 최근 두 시즌 4월 성적도 26승24패로 5할을 겨우 넘겼다. 양키스와 견주기에는 힘이 빠진다.
올해 역시 시범경기는 4승5패, 8위로 마쳤다. 하지만 시즌 초반 흐름이 심상치 않다. 타선의 중심축이자 클럽하우스 리더, 거기에 끊겨버린 팬들의 발걸음을 다시 사직구장으로 돌리는 역할까지. 1인 3역을 멋지게 수행하는 이대호 효과가 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어느 팀이든 분위기를 타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롯데는 유독 분위기에 민감하다. 한 번 상승 곡선을 타면 전력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다. 일단 봄에는 잘하고 있다. 지는 경기에서도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이 아니다. 불펜의 약점이 두드러지지만 18일 밤에 발표한 트레이드로 메우겠다는 복안이다.
▲ '부상 병동' KIA, 뎁스로 극복한다
KIA는 편견보다 약점과 싸우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승리하는 듯한 분위기다. KIA는 최근 10년 넘는 시간 동안 '부상병동'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어느 팀이든 부상자는 나오기 마련. 하지만 유독 KIA에는 크고 작은 부상이 잦았다. 2014시즌에는 재활군에 20명 넘는 선수가 우글대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 투수 윤석민, 심동섭, 곽정철, 김윤동부터 외야수 나지완, 포수 백용환, 내야수 안치홍 등 다양한 포지션의 선수들이 부상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올해도 어김없다. 지난 시즌부터 사실상 '전력외'였던 윤석민은 올 시즌도 수술과 재활의 반복이다. 김진우는 시범경기서 당한 늑골 염좌로 아직 시즌을 개시하지 못했다. '전직 캡틴' 이범호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퓨처스 팀에 머물고 있다. 안치홍 역시 늑골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 합류에 실패했다. 이들은 투타의 큼지막한 어금니들이다. 예년의 KIA였다면 중심축을 잃고 무너질 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금니를 대신한 잇몸들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다. 특히 임기영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그는 삼성과 개막전 불펜투수로 나와 1이닝 1피홈런 1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6일 SK전부터 '대체 선발' 임무를 띄고 마운드에 올랐다. 성과는 대박이었다. 임기영은 선발등판 3경기서 20이닝을 소화하며 4실점(2자책)에 그치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무려 0.90. 피OPS(출루율+장타율)는 5할2푼4리에 불과하다.
이범호가 빠진 3루는 김주형이 메우고 있다. 타격은 신통치 않지만 수비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다. 안치홍은 조속히 돌아와 특유의 타격 능력을 뽐내고 있다. 부상자가 많은 건 매한가지지만 엔트리의 뎁스로 이를 극복 중인 셈이다. KIA의 시즌 초 돌풍의 비결은 바로 이 두터움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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