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는 투수에게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무기다. 여기에 ‘멘탈 스포츠’라고 불리는 야구에서 마음가짐마저 갖춰진다면? 강속구의 위력은 더욱 배가될 수가 있다. 롯데는 KBO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파이어볼러 자원인 장시환(30)을 데려오면서 구속 외의 숨은 가치로 달라진 마음가짐을 꼽았다.
롯데는 18일 사직 NC전이 끝난 직후, 내야수 오태곤과 투수 배제성을 kt에 내주면서 투수 장시환, 김건국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롯데는 개막 이후 막강한 타선으로 상대들을 압도했지만, 불펜진은 오히려 상대 팀들에게 압도를 당했다. 현재 롯데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10으로 전체 8위를 마크하고 있다. 선발진이 3.47의 평균자책점으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불펜진의 아쉬움은 진하게 남아 있는 상태였다.
박시영이 필승조로 분전하고 있지만, 경험이 일천했다. 온전히 박시영만 믿고 갈 수는 없었다. 박시영은 시즌 초반 잦은 등판으로 과부하 우려도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30개 이상 투구시에는 휴식, 2연투 이후에는 휴식 등 철저한 관리를 받고 있었지만 필승조 투수들이 감당해야 하는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함께 역할을 해야 했던 윤길현과 이정민, 송승준이 컨디션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발 투수가 내려간 뒤 마무리 손승락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쉽지가 않았다.
결국 롯데는 이 불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kt와 트레이드 카드를 맞췄고, 롯데에서 대형 내야수 재목으로 키우고 있던 오태곤을 내주면서 장시환을 데려오는 골자로 한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롯데는 장시환을 데려오면서 불펜진에 파이어볼러 카드를 더하게 됐다. 장시환은 올 시즌 초반 kt 철벽 불펜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현재 5경기(6⅓이닝)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하고 있다. 빠른공을 비롯해 포크볼과 커브, 슬라이더 등 결정구로 활용할 수 있는 변화구가 다양하다. 불펜투수에게 필요한 탈삼진 능력도 준수한 편. kt 소속으로 9이닝 당 탈삼진 8.52개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잠시 선발로도 활약했을 만큼 긴 이닝도 소화가 가능하다. 롯데 불펜진에 질과 양은 물론 상황에 맞는 유연함까지 더하게 됐다. 필승조에서 스윙맨까지. 어떤 보직에서든지 활용 가능하다.
여기에 롯데는 장시환의 강속구와 다재다능함, 그리고 최근 장시환의 달라진 마음가짐을 더했다. 그동안 장시환이 가진 공의 구위나 잠재력에 비해 성장하지 못했던 이유로 정신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관계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이 부분을 다시금 확인했다. 롯데 관계자는 “장시환을 데려오려고 하면서 다각도로 검토했다. 올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참가하고 나서 더 성숙해졌다고 하더라. 야구를 대하고 임하는 자세가 진지해졌다는 부분도 확인했다”고 말하며 장시환의 달라진 마음가짐에 대해서 언급했다.
결국 장시환이 앞으로 롯데에서 맡아야 하는 자리와 역할은 부담감이 숙명처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우선 롯데는 이 부분에 대한 검토를 통해서 장시환에 거는 기대를 좀 더 확신으로 만들었다. 과연 롯데가 꼽은 숨은 가치가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보강의 긍정적 사례로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