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마음으로 바꿔보겠습니다".
10년 몸담은 두산을 떠나 한화로 이적한 포수 최재훈(28)에겐 '2인자' 꼬리표가 늘 따라붙었다. 두산에는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가 버티고 있었고, 쉽게 넘을 수 없는 통곡의 벽이었다. 2013년 가을야구에선 양의지를 밀어내며 주전 포수로 한국시리즈까지 뛰었지만, 그 이후 어깨 부상 후유증으로 다시 백업 신세가 됐다.
최재훈은 기회에 목말라 있었다. 지난 7일 SK에서 KIA로 트레이드된 뒤 주전 자리를 꿰찬 김민식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최재훈은 "민식이가 트레이드되는 것을 보고 '이젠 주전도 하고 좋겠네'라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 트레이드에 대한 생각이 있었는데 설마했던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포수 난에 시달린 한화가 최재훈을 콕 집어 트레이드를 추진, 성사시켰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18일 대전 LG전을 앞두고 1군에 있는 포수 조인성과 차일목을 따로 불렀다. 김 감독은 "이제부턴 진짜 경쟁이다. 최재훈과 3명이서 싸워라. 이기는 선수를 쓰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우리 팀 포수가 약하다는 건 온 세상이 다 알고 있다. 포수 포지션이 필요했다. 잘 써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훈도 일생일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침 없이 표현했다. 그는 "조인성·차일목 선배님께 많이 배워 경쟁에서 이기겠다. 두산에선 항상 '의지형 뒤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만 했다. 이젠 그렇게 하지 않겠다. 독한 마음으로 바꿔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더 이상 2인자로 불리지 않겠단 것이다.
사실 지난 2년간 두산에선 두 번째 포수가 아닌 3번째 포수였다. 최재훈도 인정했다. "의지형 다음으로 세혁이가 계속 경기에 나갔다. 나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했고, 열 받은 나머지 밤새도록 연습한 적도 있다. 정말 기회를 받고 싶었다. 트레이드를 기대한 만큼 이젠 잘하고 싶다"는 것이 최재훈의 말이다.
이적 첫 날부터 최재훈은 선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선발투수 알렉시 오간도는 원래 조인성이 전담 포수였지만 김성근 감독은 과감하게 최재훈을 선발로 썼고, 경기 끝날 때까지 바꾸지 않았다. 최재훈은 7회 투수 앞 병살타를 치고 달리다 LG 1루수 양석환의 미트에 얼굴을 맞아 쓰러지기도 했다. 하지만 충격을 딛고 자리에서 일어나 장비를 차고 9회까지 다 뛰었다.
최재훈은 "태그 과정에서 얼굴을 맞았다. 처음에는 앞이 안 보이더라"면서도 "오랜만에 9이닝 경기라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문제없다"고 의지를 보였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그냥 흘려보낼 수 없었다. 최재훈이 합류한 첫 날, 한화는 LG에 3-2 승리를 거두며 4연패를 끊었다. 최재훈은 "기분 너무 좋다. 이제 첫 경기인데 앞으로 꾸준히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재훈의 독기가 한화 반등을 이끌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