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1위 팀이라고 무조건 강공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작은 번트 하나가 넥센을 무너뜨렸다.
SK는 18일 인천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시즌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과 1차전에서 7-4로 승리했다. SK(8승 7패)는 파죽의 6연승을 질주했다. 넥센(5승 10패)은 5연패에 빠졌다.
신인감독들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 시즌까지 넥센의 운영팀장을 맡았던 장정석 감독은 올 시즌 신임 감독으로 데뷔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2006년 일본프로야구 우승을 맛 본 명장이다. 하지만 그 역시 한국무대는 처음이다. 신임감독들의 첫 맞대결서 누가 웃을지 관심사였다.
넥센은 지난 시즌까지 감독을 맡았던 염경엽 전 감독이 SK 단장으로 부임했다. 두 팀 간의 시즌 첫 대결에 미묘한 신경전이 더해졌다. 힐만 감독은 “염경엽 단장이 한국야구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준다. 하지만 단장과 감독이라는 선은 지킨다. 결정은 어디까지나 감독인 내 몫”이라고 역할을 분명히 했다.
메이저리그출신인 힐만 감독은 흔히 말하는 ‘빅볼’을 선호할 것으로 보였다. SK가 팀 홈런 1위 팀이란 것이 무게를 실어줬다. 하지만 힐만은 “사실 일본에 있을 때 번트를 너무 많이 댔다.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나라 야구문화에 적응해야 하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힐만 감독은 대포와 권총을 적절히 섞어 썼다. 넥센의 허를 찔러 선취점을 뽑았다. SK는 3회말 선두타자 김성현이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살아나갔다. 이 때 힐만 감독은 타율 5할의 이대수에게 강공이 아닌 번트를 지시했다. 결과적으로 힐만 감독의 의중은 적중했다.
이대수가 댄 번트타구를 투수 오주원이 잡아 1루를 커버한 서건창에게 송구했다. 치명적인 악송구가 나왔다. 그 사이 1루 주자 김성현은 3루까지 진출했다. 무사 1,3루 기회서 김강민이 3루수를 가르는 적시타를 때렸다. SK가 선취점을 뽑았다.
이날 문학구장은 비가 촉촉이 내려 잔디가 매우 미끄러웠다. 땅볼타구가 나오면 야수가 실책을 할 확률이 높았다. 이것을 놓치지 않은 힐만 감독은 예상치 못한 번트를 대서 투수 오주원을 당황케 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흔들린 오주원은 김강민에게 2타점 적시타, 최정에게 투런홈런을 연달아 맞았다. 한 번의 번트가 5득점으로 연결됐다. 힐만 감독의 작전이 성공한 셈이었다.
힐만은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서 얻은 경험을 KBO무대서 적절히 풀어내고 있다. SK가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였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문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