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아닌 다른 '36번'이 눈에 띈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04.18 13: 01

 배번 36번. KBO리그에서 36번은 올해가 마지막 시즌, 은퇴를 앞둔 이승엽(삼성)을 단번에 떠오르게 한다. 시즌 초반 '다른 36번'이 눈에 띈다.
LG의 이형종(28)과 NC의 권희동(27)이다. 올해 풀타임 타자에 처음 도전하는 이형종과 지난해 군 제대 후 풀타임을 치르는 권희동은 시즌 초반 방망이가 뜨겁다. 두 선수 모두 팀내 타격 1위다.
# 팀 타선의 활력소

이형종은 올 시즌 LG 야수에서 가장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다. 올해로 야수 전향 3년차. 타자로는 지난해 처음 1군에 올라와 61경기에서 타율 0.282 1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개막전 톱타자로 출장하는 영광을 안은 이형종은 밴헤켄(넥센) 상대로 홈런을 터뜨리며 기대되는 출발을 알렸다. 지난해 1번타자로 활약한 김용의를 밀어내고 톱타자 출장 기회가 늘어났다.
17일까지 14경기 전 경기에 출장하며, 2~5번 붙박이인 오지환-박용택-히메네스-채은성 다음으로 많은 54타석에 들어섰다. 타율 0.333(51타수 17안타) 2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다. 나성범, 박해민 등과 함께 최다 안타 공동 7위다.
볼넷이 적은 것(2개)이 흠이나 중견수와 좌익수로 폭넓은 수비, 큰 키에서 나오는 주루 스피드는 좋다. 의욕이 너무 넘쳐서 양상문 감독이 "훈련량을 줄이라"고 말할 정도다.
권희동의 복귀로 NC 외야진은 한 차례 물갈이됐다. 지난해 주전 좌익수로 뛴 베테랑 이종욱은 2군에 머물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올해 권희동을 모창민과 함께 주축 타자로 중용할 생각이다.
권희동은 14경기에서 타율 0.326(46타수 15안타)를 기록 중이다. 홈런은 아직 없고 9타점이다. 2013년 데뷔 첫 해 15홈런으로 때린 그는 장타력은 지니고 있다. 타격 정확도가 떨어지는 편인데, 시즌 출발은 좋다. 초반 박석민이 발목 부상 후유증으로 극도로 부진하자 5번타자로 나서고 있다. 권희동은 "부담감이요? 그런 생각 없이 죽기살기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36번인 사연
이형종은 2008년 LG 입단 후 투수 때 47번과 20번은 달았다. 2010년 임의탈퇴, 2013년 다시 복귀하면서 육성선수로 107번을 달았다. 2014년말 타자로 전향하고 정식 선수로 등록하면서 36번을 달았다.
이형종은 "초등학교 때 이승엽 선배가 내 우상이었다. 그래서 등번호도 어릴 때부터 계속 36번이었다"며 "이승엽 선배는 왼손, 나는 오른손이지만 선배 같은 타자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권희동은 2013년 NC 입단 후 줄곧 63번을 달았다. 상무 입대 후에도 63번, 지난해 가을 제대 후 임시 번호로 53번을 단 권희동은 올해 36번으로 바꿨다.
권희동은 "군대 갔다 오니 후배 최상인이 63번을 달고 있었다. 내가 번호를 양보해 달라면 아마 줄 것이다. (새 출발을 한다는 의미로) 예전에 달던 63번의 앞뒤를 바꿔 36번을 달게 됐다"며 "이승엽 선배 번호를 의식해서 바꾼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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