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가 미국 야구에 적응하는 시간을 거치고 있다.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다. 황재균은 이 과정을 빨리 거치고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할 토대를 만든다는 각오다.
샌프란시스코 산하 트리플A팀인 새크라멘토에서 시즌을 시작한 황재균은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MLB는 물론 KBO 리그보다도 시설 및 지원이 열악한 마이너리그에서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황재균은 “첫 1주일은 힘들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도 “점점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황재균은 트리플A 첫 10경기에서 타율 2할6푼8리, 출루율 3할1푼8리, 장타율 0.390을 기록 중이다. 11개의 안타 중 4개가 장타였고, 기회에 강한 자신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5개의 타점을 기록 중이다. 수비에서도 주 포지션인 3루는 물론, 1루와 좌익수도 소화하며 샌프란시스코의 주문을 충실하게 수행 중이다.
다만 쉬운 과정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첫 1주일은 경기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황재균의 솔직한 고백. 그 과정에서 많은 삼진도 있었고, 수비 실책도 있었다. 황재균은 이 고비를 이겨내고 언젠간 찾아올 기회를 움켜쥔다는 각오다. 황재균은 18일 라스베가스(뉴욕 메츠 산하 트리플A)전에는 모처럼 휴식을 취한다. 다음은 황재균과의 일문일답.
- 개막한 지 2주 정도 지났다. 현재 상태는?
▲ 모르겠다. 아직은 분위기에 새롭게 적응하는 상태인 것 같다.
- 마이너리그에 대한 첫 감상은?
▲ 처음에 내려왔는데 첫 느낌이 ‘여기 뭐지’ 싶더라. "마이너리그에 내려가도 열심히 하겠다“고 생각했고, 힘들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 내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 그런데 너무 차이가 많이 나더라(웃음). 처음에는 집중도 안 되고, 약간 붕 떠있는 것 같았다. 경기를 하는데 타석에서 집중이 돼서 공도 보고 그런 느낌이 없었다. 그냥 멍한 상태에서 경기를 하게 되더라.
- 마이너리그라고 하지만 미국 문화나 경기 적응에 중요한 시기다. 어떻게 보고 있나?
▲ 미국 문화 자체 적응은 큰 문제가 없다. 이미 어느 정도 됐다. 다만 분위기 자체가 너무 다르다.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고, 늘어질 수 있는 분위기다. 그 부분에 대해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 트리플A 수준은 어떻다고 보나? 코칭스태프가 주문하는 것은 있나?
▲ 한국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이 공은 더 좋은 것 같다. 코칭스태프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아 아직 딱히 주문 사항은 없다.
- 타격은 꾸준히 안타가 나오고 있다. 감독은 새로운 투수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 지금 매커니즘에 문제가 크게 없는 것 같다. 처음에 왔을 때는 집중이 잘 안 됐다. MLB 캠프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 집중이 안 돼 이상한 공에 많이 헛스윙을 했다. 첫 주보다는 지금 더 나아졌다. 다음 주되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원래 내가 하던 야구를 조만간 할 수 있을 것 같다.
- 수비는 어떤가?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경기장 상태는?
▲ 경기장 상태는 큰 문제가 없다. 다이빙 캐치도 몇 번 하고 어려운 건 잘 잡았다. 어려운 타구는 순간적으로 움직이니 잘 잡히더라. 그런데 쉬운 것을 못 잡았다. 데굴데굴 굴러오는 것을 놓치니 나한테 화가 나더라. 집중을 못하니까 그렇다. 수비에 나가서 집중해야 하는데 쉬운 타구를 아무렇지 않게 쉽게 생각하니 툭툭 흘렸다. 나한테 화가 많이 났다.
-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내가 얼마나 심리 상태를 잘 잡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첫 주는 진짜 소위 말하는 ‘멘붕’이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 가면 갈수록 좋아지지 않겠나. 여기에 적응하고, 이 분위기에서도 열심히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만들어야 한다. /skullboy@osen.co.kr
[사진] 라스베가스(미 네바다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