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 기회 無’ STL 부진, 오승환의 이중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4.18 06: 04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강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세인트루이스는 올 시즌 초반 페이스가 극히 저조하다. 2011년 이후 찾아온 최대의 초반 위기에 클럽하우스 분위기도 축 처져 있다.
팀 성적은 결국 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세인트루이스에서는 오승환이 대표적인 선수다. 팀의 마무리인 오승환은 개막 후 2주가 지난 시점까지도 아직 세이브가 없다. 팀 승리가 우선인 만큼 개인적인 성적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러한 저조한 팀 성적이 오승환의 컨디션에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면 이는 팀으로서도 손해다.
3승9패로 시즌을 출발한 세인트루이스는 12경기 전체에서 세이브 기회가 단 2번밖에 없었다. 오승환에게는 딱 1번이 찾아왔다. 3일 시카고 컵스와의 개막전이었는데 당시 1⅔이닝을 소화한 오승환은 통한의 동점 3점포를 맞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팀이 이겨 승리를 따낸 것이 약간의 위안이었는데, 그 후 세이브 기회가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MLB 30개 팀 중 세이브가 하나도 없는 팀은 세인트루이스, 딱 한 팀뿐이다. 두 번의 세이브 기회 또한 샌디에이고와 더불어 가장 적다. 세이브를 따내며 적절한 감각을 유지하고 스스로 상승세를 만들어야 하는 마무리 투수에게는 극악의 조건이다.
오승환은 그 후 3번 더 등판했으나 모두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다. 10일 신시내티전, 11일 워싱턴전은 팀이 크게 뒤진 상황에서 나왔다. 휴식 기간이 너무 길어지는 것을 우려한 벤치의 전략이었다. 12일은 몸을 풀 때까지만 해도 세이브 상황이었으나 피스코티의 쐐기 홈런으로 그 조건이 지워진 상황에서 나왔다. 그래도 팀이 이기는 시점의 9회 등판이었으니 차라리 나았다.
마무리 투수는 세이브 상황에 특화되어 있다. 그 긴장감을 이겨낼 수 있는 차별화된 심장을 타고 난다. KBO 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 10년 넘게 그 보직을 수행한 오승환도 마찬가지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진다. 실제 오승환은 세이브 기회는 아니었으나 팀의 리드를 지켜야 했던 12일 경기에서는 최고 95마일(153㎞)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며 한결 달라진 구위를 과시했다. 사람인 이상 집중력의 차이는 분명 생긴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는 이후 양키스와의 원정 3연전에서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오승환은 등판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이처럼 등판 간격이 들쭉날쭉해지면 불펜투수들은 문제가 생긴다. 너무 많은 등판도 무리가 가지만, 3일 이상을 쉬면 구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게 불펜투수들이다. 이를 잘 관리하는 것이 벤치의 몫인데, 3승9패의 시즌 출발 속에 계획을 제대로 세우기는 제아무리 명장이라고 해도 쉽지 않다.
오승환은 “보통 불펜투수들은 이런 상황(등판이 들쭉날쭉하거나 휴식기간이 길어지는 상황)에 대처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 나 같은 경우는 특별히 다른 것을 준비하기보다는 정상적으로 경기를 준비하며 컨디션을 유지한다. 다들 오랜 기간 야구를 한 선수들이라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변명을 대지 않았다. 하지만 정상적인 상황보다는 분명 컨디션 관리가 어려움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세인트루이스는 투·타 모두가 흔들리고 있다. 공수 엇박자도 눈에 띈다. 불펜이 조금 살아나자, 이번에는 타선이 문제다. 2할1푼2리의 팀 타율은 MLB 전체 28위, 11홈런은 21위, 41타점은 25위다. 세인트루이스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여기에는 시카고 컵스, 워싱턴, 뉴욕 양키스 등 전력이 좋은 팀을 연달아 상대한 것도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세인트루이스는 홈으로 돌아와 18일부터 피츠버그와 3연전, 그리고 21일부터는 밀워키와 4연전을 갖는다. 오승환은 11일과 12일 워싱턴 2연전에서 가진 첫 연투에서 확실히 올라오는 구위를 선보였다. 하지만 3일을 쉬면서 이 감각이 도로 원점으로 돌아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승환이 이 난관을 이겨내고 뒤늦게 첫 세이브를 신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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