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가서도 잘할 수 있을 거다. 꼭 성공해라".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줘야 하는 게 세상 이치. 하지만 머릿속으론 이해해도 가슴속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일이 세상사 곳곳에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의 마음이 그렇다. 애제자 신성현(27)을 떠나보내는 김성근 감독의 마음은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다.
지난 17일 한화는 내야수 신성현을 두산에 보내며 포수 최재훈을 영입했다. 수준급 20대 포수가 없어 오랜 기간 고생했던 한화에 있어 최재훈은 포기할 수 없는 카드였다. 포수진 사정이 급했고, 그만큼 출혈도 있었다. 내야 유망주 신성현을 트레이드 카드로 쓴 것이다.
구단 차원에서 주도한 트레이드였다. 지난 15일 한화-두산 구단 사이에서 합의가 이뤄졌고, 16일 대전 SK전을 끝난 뒤 김성근 감독에게도 트레이드 관련 보고가 들어갔다. 최재훈·신성현 카드도 그때 처음 알았다. 구단은 김 감독의 최종 결정을 기다렸고, 김 감독은 반대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트레이드는 내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구단이 알아서 할 일이다"고 선을 그었지만, 포수 사정이 급박한 한화의 현실을 보면 반대할 수 없는 트레이드였다. 최재훈이란 젊은 포수를 받아온 건 좋았지만, 그 카드가 고양 원더스에서부터 함께한 신성현이란 사실이 김 감독 마음에 걸렸다.
2009년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에 지명됐으나 1군에 오르지 못한 채 방출된 신성현은 2013년 12월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김 감독을 처음 만났다. 김 감독은 "원더스 때부터 지켜본 선수였다. (2014년) 경기 중 무릎 십자인대를 다쳤고, 원더스는 없어졌다. 내가 한화로 오면서 신성현도 데려왔다. 재활을 시키면서 육성선수로 키웠다. 부족한 게 많지만 육성하기 위해 열심히 가르쳤는데…"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2015년 김 감독의 부임과 함께 한화에서 무릎 재활을 진행한 신성현은 그해 5월 육성선수로 정식 계약했다. 불과 9일 만에 1군 등록선수가 됐고, 6월10일 대구 시민 삼성전에서 데뷔 첫 안타를 만루 홈런으로 장식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올해까지 3년간 1군의 주축 내야수로 기회를 받으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화의 한 선수는 "신성현이 처음 왔을 때보다 정말 좋아졌다.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감독님께서 애정을 갖고 신경 써서 지도한 선수다. 이제 좀 만들어서 쓰려고 하는데 팀을 떠나게 됐으니 감독님도 얼마나 많이 서운하시겠나"고 말했다. 옆에서 선수들이 볼 때도 신성현에 대한 김 감독의 애정은 상당했다.
김 감독은 신성현에 대해 "악송구가 특기", "야구를 못하니 모델을 시켜야겠다", "가르쳐줘도 돌아서면 잊어 먹는다"고 수차례 구박하면서도 "앞으로 미래 한화 중심타자"라며 그의 가능성, 잠재력을 높게 봤다. 그러나 한화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떠나보내게 됐으니 김 감독의 아쉬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신성현은 17일 오후 트레이드 사실을 통보받고 대전야구장 감독실을 찾아 작별 인사를 했다. 김 감독은 "너 두산 가서도 잘할 수 있을 거다. 꼭 성공해라"며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김 감독이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표현이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