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경기 등판이다. 한화 '최고참 투수' 박정진(41)이 올해도 KBO리그 최다 경기 등판 페이스다.
박정진은 17일 현재까지 치러진 한화의 14경기 중 10경기를 등판했다. 10개 구단 모두 14경기씩 치른 가운데 10경기를 출장한 투수는 박정진이 유일하다. 지난해에도 리그 최다 77경기를 출격했던 박정진은 올해도 벌써부터 최다 등판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두산과 개막 3연전을 모두 출격해 4구-6구-5구를 던지며 3연투로 시즌을 시작한 박정진은 4일 대전 NC전에서 2이닝 32구로 최다 이닝·투구수를 소화했다. 8~9일 광주 KIA전에 ⅓이닝 9구-⅔이닝 15구, 15~16일 대전 SK전에 1이닝 13구-⅔이닝 17구로 두 차례 더 연투를 했다.
10경기에서 7이닝을 던진 박정진은 4피안타(2피홈런) 7볼넷 10탈삼진 6실점으로 평균자책점 7.71을 기록 중이다. 홀드·세이브 없이 1패. 16일 SK전도 6회 무사 1루에서 투입돼 김동엽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다. 시즌 초반 흐름이 안 좋은 박정진이지만, 김성근 감독은 거의 매일 불펜 대기시키고 있다. 박정진을 대체할 만한 중간 좌완 투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박정진이 올해는 지금까지 혼자 매일 스탠바이하고 있다. '오늘은 안 써도 되겠다' 싶은 날이 없다"며 "그것이 선수 본인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화 팀 내 최고참 투수이지만 거의 매일 빠짐 없이 불펜에서 등판을 대기해며 몸을 풀고 있다. 아직까지 개막 후 확실한 '휴식'을 부여받은 날이 없다.
시즌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마무리 정우람을 제외하면 중간 불펜에 좌완이 박정진뿐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부터 "박정진이 초반에는 고생을 좀 해야 할 것이다"고 여러차례 말했다. 좌완 필승맨 권혁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재활 중이라 구체적인 복귀시기를 점칠 수 없었다.
권혁은 시범경기에서 팔꿈치는 큰 문제없었으나 허리 통증 탓에 개막 합류가 불발됐다. 지난 14일 첫 불펜투구를 실시했지만 김 감독은 "공을 던지긴 던지는데 (앞으로 상태를) 봐야 할 것 같다"고 섣불리 복귀 시점을 잡지 않았다. 통증이 없더라도 실전 투구감각, 구위를 회복해야 1군 승부처에 투입 가능하다.
그렇다면 2군에서 좌완 투수를 한 명이라도 올려 박정진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신인 김병현이 2군 3경기 13이닝 9피안타 2볼넷 8탈삼진 3실점으로 1승 평균자책점 2.08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1~2군 단절로 인해 1군 진입이 쉽지 않다. 김 감독은 "2군에서 아무리 잘해도 기록만 갖고 선수를 판단할 수 없다. 실제 어떻게, 어느 정도 하는지 직접 상태를 보고 1군 엔트리에 집어 넣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결국 당분간 박정진에게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기는 경기뿐만 아니라 뒤지고 있는 경기에도 박정진이 집중 투입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등판한 10경기에서 박정진은 리그 상황 2경기, 동점 상황 4경기, 열세 상황 4경기에 투입됐다. 등판 시점도 불분명해 몸만 풀다 등판 안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불혹을 넘긴 최고참 투수에겐 고난의 행군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