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누구냐 넌?' 개인 기록 순위 속 낯선 이름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4.17 13: 02

'4월 성적은 믿지 말라.' 야구계에 떠도는 이야기 중 하나다. 개막 직후인 4월은 타자나 투수 모두 표본이 적다. 그 탓에 맹활약 중인, 혹은 부진한 선수들 모두 경기를 거듭하다보면 '커리어에 수렴하는' 결과를 도출한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4월에만 볼 수 있는 진풍경도 있다. 이대호(롯데)나 양현종(KIA)이 각종 지표 최상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두는 건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정근우(한화)가 실책 2위(4개), 장현식(NC)이 평균자책점 2위(0.53)에 올라있는 건 조금 어색하다. 지난 시즌까지 볼 수 없었던, 반전을 일으키는 선수들을 살펴봤다.
▲ 최다 안타 5위 장민석, 7위 이형종

현재 최다 안타 1위는 이대호다. 2011년 이후 6년 만에 KBO리그에 돌아온 그는 그야말로 맹폭 중이다. 타율 4할6푼(1위), 홈런 5개(공동 1위), 타점 12개(공동 3위) 등 도루를 제외한 타격 지표 대부분에서 상위권이다. 2010년에 이어 '7관왕 모드'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넥센) 역시 20안타로 이 부문 공동 3위에 올라있다.
놀라운 건 장민석(한화)이다. 2001년 현대에 2차 1라운드로 지명됐던 그는 입단 당시만 해도 투수였다. 하지만 2003년까지 1군 네 경기 등판에 그쳤다. 이후 2008년에야 야수로 전향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8시즌 통산 654경기 출장해 타율 2할4푼7리에 그쳤다. 하지만 장민석은 올 시즌 14경기에 나서 타율 3할3푼3리(57타수 19안타), 12득점으로 이용규가 빠진 테이블세터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건창(넥센)과 함께 최다 안타 공동 5위. 좌타자인 그는 오른쪽 다리를 완전히 열어둔 오픈 스탠스로 타격폼을 바꿨고 이게 효과를 봤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이제부터가 장민석의 전성기다"라고 극찬했다.
이 부문 7위에 이름을 올린 이형종(LG)도 낯설다. 이형종은 야수 전향 2년차였던 지난해 61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8푼2리, 1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야수 3년차'이형종은 미국 스프링캠프부터 눈길을 끌었다. 양상문 LG 감독과 송구홍 LG 단장 모두 입을 모아 "올 시즌 이형종을 기대하라"고 강조했다. 이형종은 "지난해 같으면 오래 가지 못할 것 같았다"라며 독기를 품고 덤볐음을 인정했다. 그 결과 그는 14경기서 타율 3할3푼3리(51타수 17안타), 2홈런, 9타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나성범, 박해민 등과 함께 최다 안타 공동 7위다.
도루 2위 오태곤(개명 전 오승택, 롯데)도 눈여겨 볼 선수. 오태곤은 매번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이 가능한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1군에서 만개하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주전 도약할 것 같았던 지난 시즌, 개막과 동시에 자신의 타구에 왼쪽 정강이를 맞아 분쇄 골절 진단을 받았다. 8월에야 복귀하며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올 시즌, 문규현과 번갈아 출장 기회를 얻고 있음에도 벌써 4도루를 기록했다. 리그 공동 2위. 나란히 도루 4개를 기록 중인 나성범(60타석), 김강민, 이대형(이상 47타석)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기회다. 그럼에도 한 번의 도루 실패만 기록했을 뿐이다. 정강이 부상을 완전히 털어버린 모습이다.
▲ 홈런 순위표 SK 4총사
'야구의 꽃'이라고 불리는 홈런 순위표는 이대호와 최정(SK), 닉 에반스(두산)가 5개로 나란히 선두다. 최정은 지난 8일 NC전서 KBO리그 역대 세 번째로 '1경기 4홈런'을 몰아쳤고, 그 덕에 홈런 순위 최상단에 올랐다. 사실 최정의 홈런 랭킹 선두권은 어색하지 않다.
그 바로 뒤를 한동민(SK)이 잇고 있다. 한동민은 올 시즌 4홈런을 기록 중이다. 그는 지난 6일 KIA전부터 9일 NC전까지 네 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냈다. 이후 주춤한 게 옥에 티.
이어 3홈런을 기록한 이홍구와 김동엽(이상 SK)이 추격 중이다. 김동엽 역시 데뷔 후 처음으로 주전 자리를 꿰차며 3홈런을 기록 중이다. 김동엽은 타점 공동 3위(12타점), 한동민은 공동 6위(11타점)에 올라있다. 이홍구는 지난 7일 KIA와 SK의 4-4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이 "장타력을 기대한다"라고 말한 것에 100% 부응하는 활약. SK는 이들의 대포를 앞세워 팀 홈런 22개를 기록,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 탈삼진 공동 1위 장현식, WHIP 1위 피어밴드
탈삼진 1위는 더욱 낯설다. 27개의 삼진을 빼앗은 선수는 두 명, 메릴 켈리(SK)는 팀의 에이스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장현식(NC)의 득세는 신선하다. 장현식은 올 시즌 4경기(2선발) 등판, 1승무패 평균자책점 0.53을 기록 중이다. 특히 이재학과 구창모의 부진으로 구멍이 난 선발진에 지난주부터 가세, 매 경기 5이닝 무실점 투구로 눈도장을 받았다. 속구 평균구속은 143km대로 빠르지 않지만 공 끝이 좋아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돈다. 장현식의 9이닝 당 탈삼진은 무려 14.29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이 부문도 1위다. 다만 볼넷도 볼넷도 11개로 가장 많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WHIP(이닝 당 주자 허용) 1위는 시즌 초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이는 라이언 피어밴드(kt)다. 피어밴드는 지난 9일 삼성전서 KBO리그 데뷔 첫 완봉승을 거둔 데 이어 15일 LG전서도 9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두 경기 연속 완봉승을 거두진 못했지만 무시무시한 활약이다. 올 시즌 피어밴드의 WHIP는 0.57로 리그 최저다. KBO리그 데뷔 첫 해였던 2015년에는 1.48, 넥센과 kt에서 뛰었던 지난해는 1.53으로 무난했기에 놀랍다.
피어밴드의 변화는 너클볼이 만들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kt 포수진과 호흡을 맞춘 올 시즌, 피어밴드가 너클볼을 적극적으로 구사하자 타자들은 현혹당하는 중이다. 그는 공격적인 투구패턴으로 올 시즌 23이닝 무실점, 지난해부터 27⅔이닝 무볼넷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불펜 최다이닝 1위' 박시영
지난 두 시즌, 불펜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이는 권혁(한화)이었다. 권혁은 두 시즌 연속 불펜 최다 이닝을 던졌다. 2015시즌 권혁 다음으로 많이 던진 선수는 박정진이었고, 지난해에는 송창식(이상 한화)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아직까지는 박시영(롯데)이 한화 불펜투수보다 더 많은 이닝을 던졌다.
박시영은 지난해 42경기서 61⅔이닝을 던지며 2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그의 역할이 추격조로 제한됐다면, 올 시즌은 필승조다. 박시영은 올 시즌 9경기에서 11⅔이닝을 던지며 1패3홀드,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 중이다. 홀드 4위. KBO리그 전체 불펜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9경기 등판 역시 박정진(10경기)에 이어 불펜투수 최다 2위. 윤길현, 송승준, 이정민 등 베테랑 불펜들이 반등해 박시영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
블론세이브 2위는 임창용(KIA)이다. 임창용은 올 시즌 6경기 등판, 3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7.94를 기록 중이다. 세 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1세이브 2블론세이브로 뒷문을 활짝 열었다. 서진용(SK, 3블론세이브)에 이어 리그 공동 2위. 하지만 서진용은 올 시즌 처음으로 마무리투수 보직을 맡는 선수다. 베테랑 임창용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법한 부분이다. KIA는 믿었던 임창용의 부진으로 집단 마무리를 택했지만 한승혁, 심동섭 등 젊은 선수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임창용 탓에 불펜 계획이 어그러진 셈이다. 임창용은 KBO리그 통산 248세이브를 기록한 선수다. 그가 살아야 KIA의 약점이 상쇄된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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