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야간’ 류현진 강세 조건, 첫 승 사냥 도울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4.17 06: 00

LA 다저스의 베테랑 왼손 투수인 리치 힐의 스프링 트레이닝 성적은 매년 엉망이다. 그러나 시즌 때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힐은 이 차이에 대한 질문에 “평소 같으면 자고 있을 시간에 경기를 해서”라고 답했다.
농담이 섞인 대답이지만 선수마다 선호하는 경기 외적 요소는 있기 마련이다. 이는 성적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곤 한다. 그렇다면 류현진(30·LA 다저스)은 좋은 환경에서 올 시즌 첫 승에 도전한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자신의 가장 성적이 좋았던 홈-야간 경기가 동시에 충족되는 올 시즌 첫 등판이기 때문이다. 간혹 주간이나 원정 성적이 더 좋은 선수도 있지만, 류현진은 정석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개막 후 두 차례의 등판에서 모두 5이닝에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겨놓은 채 강판, 2번의 패전만 안은 류현진은 오는 19일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인 콜로라도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류현진은 14일 시카고 컵스전에 등판한 이후 정상적으로 다음 등판에 대비하고 있다. 몸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

류현진은 변명을 대지 않고 있지만 지난 두 차례 등판은 사실 부담스러운 여건이 겹쳤다. 8일 첫 경기는 투수들의 무덤으로 유명한 쿠어스필드에서 열렸다. 팀의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가 9일 홈런 세 방을 얻어맞는 등 악명은 재확인됐다. 14일 등판은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시카고 컵스를 상대했다. 누구나 까다로워하는 조건이었다. 여기에 둘 다 낮 경기였다.
류현진은 전성기를 구가했던 2013년과 2014년 당시에도 주간과 야간 경기 사이의 차이가 조금 났다. 주간 경기 총 19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3.69였던 것에 비해, 야간 경기는 40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3.20으로 내려갔다. 낮에는 유독 구속이 조금 적게 나오는 경향도 있었다. LA 지역은 동부와는 달리 날씨가 온화해 야간 경기에도 추위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홈으로 돌아온 것도 반갑다. 류현진의 통산 원정 경기 성적은 3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50이다. 홈 경기는 2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17을 기록하고 있다. 파크팩터로 봤을 때 다저스타디움에서 예전처럼 투수친화적인 구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극악의 쿠어스필드나 팬들이 극성인 리글리필드보다는 심리적으로 편안할 수 있다.
류현진도 5이닝 이상을 던지며 잘 해야 하지만 타선 지원도 관건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컵스전이 끝난 뒤 "초반에 득점 지원이 됐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다저스 타선은 류현진의 등판 2경기에서 유독 득점 지원을 못해줬다. 8일 콜로라도전은 5회까지 1점, 9일 컵스전은 5회까지 0점이었다. 설사 류현진이 실점을 한다 해도, 타선이 그 허물을 가려줄 수 있다면 힘이 날 수 있다.
콜로라도는 19일 경기에 좌완 카일 프리랜드를 예고했다. 8일 당시 류현진과 맞붙었던 상대로 리턴 매치를 벌인다. 당시 프리랜드는 고향팀에서 MLB 첫 등판을 가지는 감격을 누렸고,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까지 돼 감격이 더했다. 왼손에 큰 약점을 보이고 있는 다저스 타선이 이번에는 류현진을 도와줄지 관심사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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