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거나 혹은 그가 죽거나".
16일 상주 상무와 경기를 마친 뒤 최철순은 평소처럼 탈진한 모습이었다. 또 얼굴에는 상처도 났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다.
최철순은 K리그 300경기 출전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2006년 충북대 졸업 후 전북에 입단한 그는 군 복무를 위해 상주로 이적한 것을 제외하고는 전북에서만 뛰었다.
측면 수비수인 최철순은 크게 각광을 받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전북팬들과 최강희 감독이 가장 애정하는 선수중 한 명이다.
물론 최철순의 경력도 화려하다. 각급 대표팀에 선발되며 인정을 받았다. 일본 국제친선대회 U-19 청소년 대표, 부산컵 국제청소년대회 U-19 청소년 대표, AFC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U-19 청소년 대표, U-20 월드컵 청소년축구 국가대표 등을 지냈고,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축구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또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이례적인 경험을 하기도 했다. 2007년 캐나다에서 열렸던 20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기성용(스완지)-배승진(성남)과 함께 스리백 수비진으로 활약한 바 있다. 셋중 키가 가장 작은 최철순이 센터백 역할을 했다.
이처럼 최철순은 지도가자 원하는 바를 모두 해낸다. 측면 수비수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기도 했고 상대 주 공격수를 전담 마크하기도 했다. 아드리아노(스좌장)가 서울에서 뛸 때는 '최철순 시프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최강희 감독도 상대 마크를 위해서는 무조건 최철순을 부른다. 축구를 못한다고 구박하기도 하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특별하게 말하지 않아도 문제 없다.
최 감독은 "최철순 정도 되면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축구 못한다고 일부러 구박도 많이 했는데, 묵묵히 역할을 해주고, 팀에 여러가지로 헌신해주니 감독 입장에서는 고마운 선수"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서도 최철순은 김호남을 전담마크했다. 끊임없이 뛰었다. 김호남의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갑작스럽게 더워진 날씨 때문에 최철순의 얼굴은 벌겋게 익어 있었다.
경기 후 그는 "감독님께서 특별하게 지시하셨다. 평소처럼 했다"면서 "300경기 출전은 정말 기쁘다. 항상 목표를 가지고 노력했다. 여전히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축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데뷔직후 최철순의 목표는 팀 선배인 김정겸(은퇴)을 넘어 주전으로 자리 잡겠다는 것이었다. 2006년 최강희 감독 부임 후 꾸준히 경기에 나섰다. 새로운 선수가 합류하면 최철순의 목표는 또 달라졌다. 같은 포지션에 많은 선수들이 합류했지만 전북을 끝까지 지킨 것은 최철순. 여전히 목표가 많다.
최철순은 "항상 생각하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내가 죽거나 아니면 내가 맡는 선수가 죽거나 둘 중 하나다. 그 생각으로 아직까지 임하고 있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감독님께서 믿음을 보내주시는 것도 감사하다. 하지만 아직도 축구를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 마지막까지 팬들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10bird@osen.co.kr
[사진] 전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