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실점+볼넷 無' 피어밴드가 선보인 아트 피칭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4.15 20: 03

kt의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32)의 날이었다.
피어밴드는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에 선발등판, 9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kt는 10회 터진 조니 모넬의 희생플라이로 LG에 1-0 승리를 거뒀다. 피어밴드는 시즌 3승을 올리게 됐다.
경기 전부터 양 팀 감독 모두 피어밴드의 너클볼에 주목했다. 김진욱 kt 감독은 "흔히 생각하는 너클볼보다 구속이 빠르다. 무회전처럼 날아오는 보통 너클볼에 비해 회전도 있어서 타자들이 어려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양상문 LG 감독도 같은 의견이었다. 양 감독은 "피어밴드의 너클볼이 굉장히 좋다. 주자 있을 때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체크하려고 했는데 주자를 원체 안 내보내더라"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양 감독은 "타자들이 출루한다면 적극적으로 뛰게 할 생각이다. 견제할 때 너클볼 그립으로는 힘들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상문 감독의 작전은 무위로 돌아갔다. LG는 이날 피어밴드에게 안타 일곱 개를 때려냈지만 도루는 하나도 없었다. 3회 무사 1·2루서 최재원이 3루 도루를 시도했지만 장성우의 어깨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 LG의 유일한 도루 시도였다.
피어밴드는 이날 호투로 두 가지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첫 번째는 23이닝 무실점. 피어밴드는 첫 등판이었던 지난 2일 SK전서 2회 정의윤에게 홈런을 맞아 실점한 후 9일 삼성전 완봉승 포함 14이닝 무실점 행진 중이었다.
이날 경기 안타 7개를 내주긴 했지만, 연속 안타는 단 두 차례로 억제하며 큰 위기 없이 이닝을 끌고 갔다. 공격적인 투구가 원동력이었다. 피어밴드는 4회까지 48구를 던졌는데 스트라이크가 39개, 볼은 9개에 불과했다. 이러한 기조는 경기 내내 이어졌다. 피어밴드의 이날 경기 전체 투구수는 96개. 스트라이크가 78개였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무려 81.3%에 달했다. 한 타자에게 볼을 2개 이상 던진 건 1회 손주인, 4회 채은성에게 각각 한 번씩이 전부였다.
올 시즌 피어밴드는 몸에 맞는 공 하나를 내줬을 뿐 볼넷 허용이 하나도 없었다. 지난해 10월 5일 한화전서 볼넷 허용 이후 올 시즌까지 18⅔이닝 무볼넷 행진. 피어밴드는 이날 경기도 무볼넷으로 마치며 27⅔이닝으로 늘렸다. KBO리그 연속 이닝 무볼넷 최고 기록은 지난해 신재영이 세운 30⅔이닝. 종전 기록은 2011년 브라이언 코리(당시 롯데)가 기록했던 20이닝이었다. 이로써 그는 신재영에 이어 이 부문 역대 2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고 신재영의 기록까지 단 3이닝만 남겨두게 됐다. 다음 등판에서 신재영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그야말로 '아트 피칭'이었다. kt가 빈타에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다. /ing@osen.co.kr
[사진]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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