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플래툰’ 김현수, 오프시즌 노력 물거품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4.15 06: 35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올해 스프링 트레이닝 당시 “김현수가 좌완 투수를 상대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쇼월터 감독의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리그가 개막한 지 2주를 향해 가고 있지만 김현수(29·볼티모어)는 아직 왼손 투수를 상대해 본 적이 없다. 왼손이 나오면 철저히 선발에서 제외다. 그래도 시즌 초·중반 간혹 왼손을 상대로 기회를 줬던 지난해보다 더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하지만 볼티모어의 외야 플래툰 신념은 확고하다. 지난해 그렇게 성공을 거뒀다는 자신감이 있다.
볼티모어도 이기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MLB)의 선수기용에 감독이 아닌 구단의 입김이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많은 선수들의 ‘불만’을 살 수 있는데다 선수의 재능을 버릴 수도 있는 플래툰 시스템을 감독의 독단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볼티모어는 그런 플래툰으로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볼티모어의 그런 사정과는 달리 김현수만 놓고 보면 답답한 처지다. 비록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으나 지난해 좌완을 상대로 안타 하나 치지 못하고도 타율 3할 이상, 출루율 3할8푼 이상을 기록했던 김현수다. 더 적응이 되면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다는 데는 볼티모어 구단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하지만 그럴 기회가 없다. 오히려 최근에는 ‘좌완+너클볼’ 조합에 막혀 4경기 연속 결장했다.
플래툰이야 구단의 방침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노력의 성과를 확인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김현수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업그레이드를 꾀했다. 지난해와는 팀 내 입지가 달라졌으니, 성적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시간을 가지고 시도해볼 것을 다 시도해봤다. KBO 리그 시절에도 ‘변화’에 결코 보수적이지 않았던 김현수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일정 수준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다 완벽한 주전으로 자리잡기 위해 던진 승부수였다.
김현수는 “이것저것 많이 실험을 해본 점은 괜찮았다고 본다. 아직 부족한 점은 많지만 그런 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역시 공을 띄우는 것이었다. 김현수는 자신의 타격에 가장 큰 문제를 “땅볼이 너무 많다는 점”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땅볼은 아무리 강한 타구라고 하더라도 안타가 될 확률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반대로 병살타 등 불리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은 높아진다.
김현수는 지난해 문제점을 풀어내기 위해 오프시즌 중 각고의 노력의 기울였다. 하지만 그 노력이 옳았는지, 혹은 방법이 잘못됐는지조차도 확인할 기회가 없다. 어느 쪽이든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해야 할 나이에 플래툰에 갇혀 반쪽 타자로 전락한 것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문제다. 반전의 계기가 생길 가능성은, 볼티모어의 완고함 속에 점점 사라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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