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슬라이더, 오승환-매시니의 낙관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4.15 06: 35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의 지난해 뛰어난 성적에는 역시 결정구로 활용한 슬라이더가 있었다. 오승환은 결정적인 순간 슬라이더를 활용했고, 상대 타자들은 오승환의 독특한 투구폼과 맞물린 이 위력적인 슬라이더를 제대로 건들지 못했다.
포수 몰리나의 영리한 리드라는 날개까지 단 오승환의 예리한 슬라이더는 체감이 아닌 기록으로도 리그 정상급이다. 오승환의 지난해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1할6푼7리에 불과했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가 집계한 슬라이더 구종 가치는 9.0으로, 리그 전체 불펜투수 중 13위에 올랐다. 이는 구종가치 8위(불펜)였던 패스트볼(13.3)과 맞물려 확실한 투피치가 됐다. 오승환이 ‘특급’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이유다.
오승환이 올 시즌 초반 다소 고전하는 것은 몇몇 이유가 있을 것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여파로 패스트볼 구속이 아직 확실히 올라오지 않았는 것, 실투 문제가 대표적으로 뽑힌다. 하지만 오승환은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다. 몸에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패스트볼 구속은 올라올 것이다. 베테랑인 오승환은 실투를 줄이는 법을 알고 있다. 나아지면 나아졌지,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남은 것은 슬라이더의 위력이다. 첫 4경기를 치른 현재,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평균 구속과 회전수에서 지난해보다 모두 떨어졌다. 슬라이더는 점으로 떨어지는 구종이 아니고, 패스트볼 타이밍에서도 공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밋밋하면 장타를 얻어 맞기 좋다. 지난해 슬라이더로 딱 1개의 피홈런을 기록했던 오승환은 올해 4경기 만에 2개의 슬라이더가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구속과 회전수가 떨어지다 보니 육안으로도 뭔가 날카로운 맛이 떨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여기에 실투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오승환도 이를 쿨하게 인정한다. 오승환은 “안 좋은 공을 너무 많이 던졌다. 초반이지만 변화구의 코스 자체가 좋지 못했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현재의 슬라이더 피칭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금세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첫 2경기에서는 구속이 오르지 않아 고전했지만, 그 후 2경기는 95마일(153㎞)의 빠른 공을 회복하는 등 몸이 풀리고 있다. 평균 83마일 정도에 머물렀던 슬라이더 구속도 130㎞대 후반을 회복했다. 회전도 더 좋아질 가능성이 커 실투만 줄이면 된다. 물론 상대 타자들도 오승환의 슬라이더를 더 철저히 대비하겠지만, 알아도 쉽게 못 건드리는 게 진짜 무기다.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그런 무기다.
마이크 매시니 감독도 오승환의 현재 상태에 대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매시니 감독은 오승환의 패스트볼 구위는 여전하다고 평가한다. 제구도 나쁘지 않다. 다만 슬라이더가 문제였는데 첫 무실점 경기였던 지난 12일 워싱턴전 이후 “예전보다 슬라이더가 잘 떨어지면서 외야에 뜬공을 유도할 수 있었다. 매우 훌륭한 피칭이었다”며 무한한 신뢰를 과시했다. 비관보다는 낙관의 분위기가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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