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떨어진’ 류현진, 부활의 마지막 과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4.15 06: 35

류현진(30·LA 다저스)은 뛰어난 제구와 리그 정상급 구종인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타자를 한 발 앞서가는 커맨드를 가지고 있다. 좌완 선발로서는 결코 느리지 않은 구속도 이런 장점을 뒷받침한다.
그런 류현진은 최근 2년 사이 선수 생명의 기로에 섰다. 2015년 초 받은 어깨 수술 때문이다. 재기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메이저리그(MLB)에서는 2년간 1경기 출전에 그쳤다. 류현진의 어깨 인대 손상 정도가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았음을 생각할 때, 투수에게 어깨 수술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 류현진은 완벽 재기를 앞두고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류현진이 그간 흘린 땀방울은 현재 위치에서 잘 드러난다. 리그를 대표하는 강호인 LA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에 당당히 포함됐다. 정상적인 복귀가 기적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지금 위치에 만족할 수 없는 류현진이다. 2013년과 2014년 합계 28승을 거뒀던 그 당시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그 시나리오에 가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구속 저하는 어깨 수술을 받은 투수에게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고통이다. 류현진도 다르지 않다. 류현진의 올 시즌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0마일(145㎞)을 넘지 못한다. 2014년에 비해 1마일 이상이 줄었다. 단 2~3㎞ 차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차이는 실전에서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특유의 부드럽고 임팩트가 강한 투구폼을 찾는 것이 구속의 과제라는 평가도 있다.
릭 허니컷 다저스 투수코치는 스프링 트레이닝 당시 “류현진의 투구 매커니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공언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14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 후 “류현진의 매커니즘, 팔이 넘어오는 것, 팔 스윙 등 모든 것이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 및 현지 언론들은 류현진의 투구폼에 대해 “아직 수술 전인 2013~2014년 수준의 경쾌함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공을 놓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릴리스 포인트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류현진의 2013년 포심패스트볼 릴리스 포인트는 매달 6피트 이상이었고, 2013년 9월에는 6.23피트로 정점을 찍었다. 잔부상에 고생했던 2014년에도 꾸준히 6피트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4년 4월 6.17피트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16년 7월 샌디에이고전 복귀전 당시 류현진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릴리스 포인트는 5.97피트였고, 지난 8일 열렸던 덴버와의 첫 경기 평균 릴리스 포인트는 이보다 더 낮아져 5.9피트 정도를 유지했다. 포심과 더불어, 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 릴리스 포인트도 모두 동반 하락했다. 결국 예전만한 릴리스 포인트와 팔각도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구종의 위력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릴리스 포인트가 높다고 해서 꼭 좋은 것도 아니고, 낮다고 해서 꼭 나쁜 것도 아니다. 선수의 체격이나 구종 구사에 따라 차이가 있다. 마냥 나쁘게 볼 것 아니다. 그러나 류현진이 가장 위력을 발휘했던 당시와 다르다는 것은 시사점이 있다. 회복하거나, 그렇지 못하다면 이제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30대를 맞아 찾아온 갈림길일 수도 있다.
류현진도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류현진은 14일 경기 후 “체감적으로도 조금 변한 것을 느끼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비디오를 보면서 바꾸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일단 예전의 모습을 찾는 것을 우선과제로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류현진이 완벽 재기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단계를 넘어야 한다. 확률을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7%의 벽을 뚫고 돌아온 류현진이기에 기대는 걸린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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