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생각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하면서 나만의 해답을 갈구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잠수함 투수 배장호(30)가 그동안 고민의 결과를 그라운드에서 연일 보여주고 있다. 배장호는 지난 14일 사직 삼성전, 5-6으로 뒤진 6회초 2사 2루에서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7회초 무사 2,3루의 위기를 극복하는 등 배짱을 선보이며 팀의 9-6 재역전승의 발판을 만들었다.
6회초 선발 박진형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배장호는 6회를 추가 실점 없이 마무리 했지만 7회초 시작이 좋지 않았다. 선두타자 강한울에 볼넷, 구자욱에 2루타를 허용하면서 무사 2,3루의 위기를 맞이했다.
이 때부터 배장호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다린 러프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배장호는 이승엽을 고의4구로 내보내 누를 모두 채웠다. 1사 만루. 그리고 이원석과 배영섭을 연속 삼진으로 솎아내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했다. 이후 롯데는 7회말 대거 5점을 뽑아내 9-6 역전승에 성공했다. 배장호가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면 있을 수 없는 승리였다.
배장호는 경기 후 “내가 힘든 상황을 만들어서, 교체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감독님께서 믿고 기회를 주셨다. 여기에 보답할 수 있어서 기분 좋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날 배장호는 우타자 바깥쪽 승부를 주로 펼쳤고, 바깥쪽 빠른공과 커브를 활용해 삼진을 유도했다. 그는 “오늘은 내가 생각해도 커브가 예리하게 잘 들어간 날이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강)민호 형의 사인대로 했을 뿐이다. 잘 따라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사실 불펜에서 몸을 풀 때 우타자 기준 몸쪽 코스로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민호 형이 몇 번 받아보니 그것을 안 것 같다. 그래서 민호 형 리드대로 바깥쪽을 주로 던졌다”며 포수 강민호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배장호는 지난 시즌 말미부터 좋아지는 모습을 거듭하더니, 올 시즌에는 필승조에 준하는 투구를 연일 펼치고 있다. 현재 배장호는 6경기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2.35(7⅔이닝 2자책점)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 불펜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하는 송승준, 윤길현, 이정민이 여전히 컨디션 회복에 애를 먹고 있는 사이, 배장호가 그 역할을 박시영과 함께 해내고 있다. 불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 롯데에서는 필승조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동안 배장호는 기회를 종종 받았지만, 그 기회에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잠수함 투수로서 공의 무브먼트는 이점이 있었지만,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현재 롯데에는 얼마 남지 않은 잠수함 투수로 희소가치가 있었지만, 이 희소가치를 자신의 무기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배장호는 고민을 거듭했고, 1군에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갈구하기 시작했다. 배장호는 우선 생각을 달리했다. 그는 “그동안 내가 공 스피드가 나오지 못해서, 1군에 올라가지 못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힘으로 윽박지르지 않더라도 타자와의 승부를 주도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배장호는 타자와의 승부를 여유 있게 펼칠 수 있게 됐다.
여전히 배장호는 해답을 찾고 있고,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는 해답을 찾는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배장호는 “그동안 생각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하면서 해답을 갈구한 끝에 나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예전의 좋았던 때의 생각과 밸런스를 아직 찾고 있다”면서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투구를 계속해서 펼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배장호의 겸손함이 다르게 말하면, 자신감의 표현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고민을 거듭한 배장호는 서서히 롯데 불펜의 핵심 전력으로 진화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