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 연속 실책' 정근우, '야밤의 펑고' 효과 볼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4.15 05: 55

결국 야밤의 훈련을 피할 수 없었다. 3경기 연속 실책을 범한 정근우(35·한화)가 경기 후 나머지 펑고를 받았다. 
정근우는 14일 대전 SK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4회초 무사 1루에서 김강민의 평범한 2루 땅볼 타구를 뒤로 빠뜨린 것이다. 정근우의 글러브를 맞고 타구가 느리게 굴절된 사이 스타트를 끊은 1루 주자 박승욱이 2~3루를 지나 홈까지 쇄도했고, 김강민도 2루까지 진루했다. 정근우의 실책 이후 연속 실점으로 경기 분위기가 확 넘어갔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하지만 어쩌다 한 번 일어난 일이 아니다. 정근우는 지난 12~13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실책을 범했다. 12일 삼성전 6회 무사 1루에서 우동균의 정면 땅볼 타구를 포구하다 흘렸다. 약간 불규칙 바운드가 있었지만 정면 타구였기 때문에 핑계거리가 될 수 없었다. 

13일 삼성전에서도 4회 이승엽의 정면 라인드라이브를 어이없이 놓쳤다. 타구가 끝에서 살짝 죽긴 했지만 떨어뜨릴 타구는 아니었다. 앞선 삼성전에선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14일 SK전은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결국 4회말 타격에서도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되자 5회초 수비에서 강경학으로 문책성 교체됐다. 
결국 경기를 마친 뒤 홀로 나머지 훈련을 받았다. 경기 종료 30분쯤이 지나자 유니폼 입은 채로 정근우가 다시 그라운드에 나왔고, 글러브를 챙겨든 뒤 2루 수비 위치에 섰다. 김정준 수비코치가 노란 박스에 가득 찬 공을 하나씩 꺼내 쳐주는 펑고를 묵묵히 받았다. 공을 잡은 후 2루로 송구하는 연속 동작까지 이어졌다. 
정근우는 KBO리그 사상 최고의 2루수로 평가될 만큼 특급 수비를 자랑한다. 빠른 순발력과 타구 예측으로 남들은 절대 잡을 수 없는 타구도 걷어낸다. 상대팀 타자들에겐 안타 하나를 뺏어가는 '악마의 수비'였다. 그런데 올해는 개막 12경기에 실책이 벌써 4개나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11월 왼쪽 무릎 관절경 수술 후유증이다. 이제 무릎 통증은 없어졌지만, 5개월 정도 재활한 동안 수비 감각을 끌어올릴 시간이 모자랐다. 시범경기 전체를 결장한 채로 개막 엔트리에 들었다. 타격감은 빠르게 찾았지만, 수비는 그렇지 않았다. 몇 차례 실수를 반복하다 보니 이젠 심리적으로 쫓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사실 2년 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지난 2015년 캠프 연습경기에서 굴절된 송구에 턱을 맞아 4월 중순 1군 합류한 정근우는 5월초까지 공수에서 고전했다. 그해 5월3일 대전 롯데전에서 2루 커버를 하다 어이없이 공을 떨어뜨리는 실책을 범했고, 경기를 마친 후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펑고를 받았다. 당시에도 정근우는 10경기에서 실책 3개로 불안했다. 
하지만 그날 나머지 펑고 이후로 116경기 실책 7개로 본래의 정근우로 돌아왔다. 과연 올해도 초반 시련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 정근우의 수비에 시선이 집중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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