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한 롯데의 진정한 힘, ‘리더 이대호'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4.15 06: 33

야구에서 패배에 가중치와 충격의 여파를 수치로 환산할 수 있다면, 끝내기 패배는 가장 큰 충격파로 기록될 것이다.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패하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끝내기 패배다. 롯데는 최근 이런 끝내기 패배를 이틀 연속으로 당했다. 혈투를 펼쳤지만 승리는 허무하게 날아갔다. 그러나 롯데는 2연속 끝내기 패배의 공허함과 피로감을 ‘리더의 힘’으로 극복했다.
롯데는 지난 12일과 1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이틀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3연승 이후 2연패를 당하며 시즌 초반 맹렬했던 기세가 한풀 꺾이는 것은 당연했다. 일반적인 패배도 아니었고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됐던 불펜진의 불안이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났기에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연패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더군다나 롯데는 14일부터 시작되는 삼성과의 주말 홈 3연전을 위해 인천에서 부산까지 머나먼 여정을 떠나야 했다. 선수단 버스는 13일 경기 후 날을 넘긴 14일, 새벽 4시 반에서야 부산에 도착했다. 장거리 이동의 여독이 풀리지 않은 채 14일 경기에 임해야 했다. 조원우 감독은 선수단 훈련 시작 시간도 30분가량 늦췄고 훈련도 선수 자율에 맡겼다. 상대인 삼성은 당연했고 허무한 패배의 충격, 그리고 온 몸에 쌓인 피로까지 맞서 싸워야 하는 삼중고를 겪어야 했다. 만약 롯데가 진정 달라졌다고 한다면 이런 삼중고를 극복하는 모습이 필요했다.

그리고 롯데는 정말 달라졌다. 이틀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한 팀답지 않게 활기찼다. 1회부터 삼성 선발 윤성환을 상대로 대거 4점을 뽑으며 주도권을 잡았다. 이후 삼성에 역전을 당했지만 롯데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7회 문규현의 동점타와 이대호의 결승타 포함, 대거 5점을 뽑는 빅이닝을 연출하며 9-6으로 재역전승을 거뒀다. 롯데는 2연패를 탈출했다.
조원우 감독은 경기 전 “이틀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했지만 덕아웃 분위기가 좋다. 대패할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 선수들이 끝까지 추격했다”면서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고 이는 사실이었다. 선수들 얼굴에는 피로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팀 전체적으로 보면 분위기가 그리 침체되지 않았다는 것을 경기 결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덕아웃 분위기를 만들고 롯데를 달라지게 만든 밑거름에는 주장인 이대호의 말 한마디가 있었다. 한 선수는 “2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고 우리 선수들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대호 형이 경기 끝나고 나서, 그리고 부산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도 우리들의 사기를 계속 북돋워 줬다. ‘점수를 봐라. 우린 끝까지 잘 따라갔다’고 말하면서 선수들이 크게 생각하지 않게끔 만들어줬다”면서 “대호 형의 그런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버팀목이 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말은 쉽지만 결국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SK전에서 9-10으로 뒤진 9회초 2사후 터진 이대호의 동점 솔로포가 없었다면 경기는 끝내기 상황까지 이어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14일 경기에서는 5-5 동점이던 7회말, 결승타까지 때려냈다. 이대호의 행동, 그리고 말 한마디로 이끄는 리더십이 수렁에 빠질 수 있던 팀을 건져 올린 것이다.
이대호는 올시즌 롯데 복귀와 함께 주장을 자처하며 달라진 롯데를 만들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덕아웃에서는 어느 누구보다 환호하고 아쉬워 한다.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그라운드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이대호지만 그의 영향력과 존재감이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 곳은 바로 롯데 선수단 내부가 아닐까. 그리고 이대호는 롯데를 함께 다시금 강팀의 반열에 올리기 위한 리더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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