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로 접어든 후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미지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다양한 추문들이 단순한 소문에 그치지 않고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기도 한다.
인터넷 시대에서 한순간에 이미지가 나락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은 올해 들어서도 여러 기업들이 겪고 있는 문제다. 특히 차량 공유 회사 우버(Uber)는 불과 4개월 사이에 기업 이미지가 극심하게 추락했다.
2009년 설립된 우버는 에어비앤비(Airbnb)와 함께 공유 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끌며 실리콘 기대주로 떠올랐다. 우버는 개인 차량을 같이 탄다는 공유 개념을 도입한지 8년 만에 기업 가치를 약 700억 달러 가까이 끌어올렸다. 하지만 2017년 우버는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악재의 시작은 우버의 창립자이자 CEO인 트래비스 칼라닉의 헛발질이었다. 칼라닉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자문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우버의 주고객층인인 젊은 세대들과 유색 인종 드라이버들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소비자들은 칼라닉 CEO의 발표 이후 우버 앱 삭제 운동(#Delete Uber)에 나섰다. 보이콧 운동이 길어지자 앱스토어 총 다운로드 수에서 자동차 공유 업계의 2인자 리프트(Lyft)가 우버를 제쳤다. 칼라닉 CEO는 곧바로 트럼프 행정부의 자문직에서 사퇴했지만 한번 망가진 기업 이미지는 돌아올 수 없었다.
칼라닉 CEO는 공격적이고 극단적 실적주의로 우버의 성공을 이끌며 미국 잡지 GQ가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CEO’로 뽑히며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지나치게 극단적인 칼라닉의 운영 철학은 결국 우버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 파동 이후로도 칼라닉 CEO는 우버 드라이버와 거친 말싸움을 하는 장면이 유튜브에 올라오거나 이전 여자친구를 통해 방한 당시 직원들을 데리고 성인 단란 주점을 방문한 것이 폭로되면서 우버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혔다. 결국 우버는 13일(이하 한국시간) 잇딴 추문에 지친 대외 정책 및 홍보총괄 책임자인 레이첼 웨트스톤이 퇴사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우버가 좋았던 기업 이미지를 망친 케이스라면 유나이티드 항공은 원래 나빴던 기업 이미지가 더욱 하락했다. 원래 특유의 불친절함과 막장 운영으로 유명했던 유나이티드 항공이지만 한 사건으로 소비자들의 분노를 폭발하게 만들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9일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켄터키 주 루이빌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오버부킹’을 빌미로 승객에게 좌석 포기를 강요했다.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 데이비드 다오 박사가 환자와 예약을 이유로 거절하자 공항 경찰을 동원해 다오 박사를 비행기 밖으로 끌어내렸다. 당시 다오 박사는 코가 부러지고 앞니 2개가 뽑혔으며, 강한 충격으로 뇌진탕 증상을 보였다.
당시 제압 과정은 다른 승객의 휴대폰 동영상에 그대로 기록됐다. 해당 영상이 유튜브나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전 세계는 분노에 휩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스카 무노즈 유나이티드 항공 CEO는 사태 이후 10일 직원들에 보낸 메일을 통해 “해당 승객은 무례하고 호전적이었다. 승무원들이 앞으로도 이렇게 대처하기를 지지한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더욱 키웠다.
결국 전 세계 여론과 언론, 사용자들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서야 무노즈 CEO는 지난 11일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바로잡기를 바란다”며 “잘못을 바로잡아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꺼지지 않고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도 네티즌들이 SNS를 중심으로 ‘#BoycottUnited 운동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드롭유나이티드(DropUnited) 운동은 구글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해 인터넷 항공 중개 업체 카약(Kayak), 익스피디아(Expedia), 구글 플라이트(Google Flights) 등에서 유나이티드 항공편을 제외하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서 기업들은 다양한 이슈들에 발 빠르고 능동적인 대처해야지 기업 이미지를 지킬 수 있다. 기업 이미지가 망가지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지만, 한 번 망가진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리기는 매우 어렵다. 기업들의 철저한 사전 대처가 필요하다. /mcadoo@osen.co.kr
[사진] 우버 앱과 우버에 항의하는 택시 운전자. 아래는 유나이티드 항공 보이콧.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