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에만 36개의 공을 던졌지만 효율적인 투구 수 관리로 경기를 대등하게 이끌었고, 심지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하지만 투혼에도 결국 스스로 경기를 이끌기에는 부족했다.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의 효율적 관리 모드가 빛이 바랬다.
윤성환은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112개의 공을 던지며 8피안타 3볼넷 1사구 4탈삼진 6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결국 팀은 6-9로 재역전패를 당했다.
올 시즌 현재까지 토종 선발 투수들 가운데 가장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던 윤성환이었다. 윤성환은 이날 롯데전 등판 전까지 2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1.93(14이닝 3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완투도 한 차레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날 1회는 흔들린 기색이 역력했다. 구심의 스트라이크 존에 고개를 갸웃하는 등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는 인상이 짙었다. 1회말 2사후 손아섭에 좌중간 3루타를 허용한 뒤 이대호와 최준석에 연속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이우민에게도 볼넷을 헌납하며 밀어내기로 선제 실점했다. 이후 오승택에 2타점 중전 적시타를 얻어맞았고 계속된 2사 1,3루에서는 이중 도루까지 허용하며 1회에만 4실점을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윤성환이 던진 공은 36개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윤성환은 각성했다. 투구 수가 많은 것을 인지한 윤성환은 특유의 홈플레이트 좌우를 파고드는 정교한 투구 대신 과감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했다. 맞는 한이 있더라도 투구 수를 줄여가며 긴 이닝을 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윤성환은 2회부터 주자들이 나가긴 했지만 최소 투구 수로 이닝을 틀어막았다. 2회 선두타자 신본기를 초구에 3루수 땅볼로 유도한 뒤 2사후 문규현에 안타를 허용했지만 12개의 공으로 2회를 막아냈다.
상대의 도움도 있었다. 3회에는 선두타자 이대호를 초구에 3루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이후 최준석에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그리고 이우민에 다시 우전 안타를 맞았지만 3루로 무리하게 향하던 최준석을 중계플레이로 잡아냈다. 그리고 1루에 있던 이우민도 포수 이지영의 견제로 잡아냈다. 피안타 2개를 기록했지만 윤성환이 상대한 타자는 3명이었다. 투구 수 역시 11개에 불과했다.
윤성환이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오자 롯데가 급해졌다는 증거였다. 1회에만 4점을 뽑았지만 추가점이 필요했던 롯데였지만 윤성환의 투구에 가로막혔다. 그 사이 타선도 투수 박진형의 제구 난을 틈타 2회초 1점을 냈고 4회초에는 배영섭이 동점 스리런 홈런까지 때려내며 경기는 원점이 됐다. 경기는 점점 윤성환에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갔다.
안정을 찾은 윤성환은 4회 11개, 5회 7개로 간단하게 롯데 타선을 틀어막았다. 1회에만 36개를 던진 윤성환이었지만 5회가 지나고 기록된 투구수는 77개였다. 1회 이후 4이닝을 41개로 틀어막았다.
6회 고비를 맞이한 윤성환은 다시 신중한 투구 모드로 돌아섰다. 최준석과 이우민을 범타로 처리한 뒤 오승택에 사구를 허용했지만 대타 강민호를 삼진으로 솎아냈다. 6회에는 21개을 던졌다.
한 고비를 넘긴 윤성환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선두타자 대타 앤디 번즈를 공 3개로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100개를 넘어간 윤성환은 그대로 마운드를 버텼다. 하지만 김문호에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투구 수가 많아지자 윤성환도 힘에 부치는 듯했다. 결국 문규현에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얻어맞아 5-5 동점을 내줬다. 결국 윤성환의 관리 모드도 동점으로 빛이 바랬고, 이후 올라온 삼성 구원진이 윤성환의 승계주자까지 들여보냈다.
삼성은 7회말 윤성환이 무너진 뒤 더욱 안정을 찾지 못했다. 윤성환 강판 이후에도 3점을 더 내주면서 결국 6-9로 패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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