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타격 5개 부문 1위
힐만 감독의 극단적 시프트도 무용지물
롯데가 올 시즌 첫 루징시리즈를 기록했다. 그러나 패배에도 이대호(35)의 존재감은 빛났다.
롯데는 11일부터 인천 SK행복드림구장서 열린 SK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3연전을 1승2패로 마쳤다. 11일 첫 경기를 잡았지만 12일과 13일 경기를 모두 끝내기 안타로 내줬다.
올 시즌 첫 루징시리즈. 롯데는 앞선 세 차례 3연전에서 6승2패를 거두며 승승장구 중이었다. '투수전'과 '난타전'을 모두 패했던 경기 양상이었다. 두 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로 불펜진마저 잔뜩 소모하며 큰 타격을 입은 채로 부산행 버스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3연전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대호의 존재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SK와 3연전에 모두 4번타자로 출장, 타율 4할5푼5리(11타수 4안타), 2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첫 경기부터 멀티히트로 펄펄 날았다. 지명타자로 나선 두 번째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13일 경기에서는 4타수 3안타 2홈런으로 위엄을 과시했다.
시프트를 뚫어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시범경기부터 과감한 수비 시프트로 주목을 받았다. KBO리그에서도 최근 시프트 사용이 급격히 늘고 있지만, 힐만 감독처럼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힐만 감독은 이대호를 상대로 1·2간을 아예 비워두는 과감한 수비를 펼쳤다.
그러나 이대호는 11번 중 4번이나 시프트를 뚫어냈다. 그 중 두 번은 시프트를 파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홈런이었다.
이제 막 11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하지만 이대호의 기세는 매섭다. 이대호는 현재 타율 4할6푼2리(39타수 18안타), 출루율 5할6푼3리, 장타율 0.872, 5홈런, 9타점, 11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과 홈런, 최다 안타, 출루율, 장타율에서 리그 1위다. 득점과 타점은 모두 리그 공동 3위. 선두그룹과 차이가 크지 않아 충분히 1위 탈환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대호는 2010시즌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에 올랐다. 지금의 페이스는 그때보다 빠르다. 당시 이대호는 4월을 26경기 출장해 타율 3할5푼4리, 5홈런, 24타점으로 마쳤다. 아직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기에 나섰음에도 홈런은 따라잡았다. 이는 그만큼 올 시즌 이대호가 빠르고 강하게 KBO리그를 점령하고 있다는 의미다.
어쩌면 KBO리그 팬들은 올 시즌 이대호를 통해 ‘역대급 타자’의 대관식을 지켜보는 행운을 누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