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력 부진' 두산의 고민 담긴 '팀도루 1위'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04.14 06: 04

팀 도루 1위. 그러나 두산 베어스에게는 그렇게 달가운 소식은 아니었다.
지난 2015년 김태형 감독의 부임 이후 두산은 뛰는 야구를 그렇게 추구하지 않았다. 과거 '육상부'라는 별명이 있었던 두산이었지만, 김태형 감독은 "언제든 뛸 수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면 될 뿐, 무리해서 뛰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 2년 간 두산은 팀 도루 부분에서 각각 6위와 9위를 차지하며, 발 빠른 팀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두산은 유독 적극적으로 베이스를 훔치고 있다. 현재까지 팀 도루 13개로 이 부문 1위다.

무작정 많이 뛰는 것도 아니다. 성공률은 92.9%에 달한다. 13일 1회말 민병헌의 도루 실패 전까지는 100%였다.
김태형 감독은 "도루는 주루코치에게 주로 맡긴다. 뛰지 말아야 할 상황만 전달하고, 나머지는 주루코치와 선수가 서로 타이밍을 맞추고 뛸 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적극적으로 베이스를 훔치며 상대를 흔드는 만큼 감독으로서 반가울 법도 했지만, 김태형 감독은 "장타력이 살아나면서 주자 1루 상황에도 도루를 굳이 안하는 것이 최상인 것 같다"며 도루 성적을 크게 반기지 않았다.
전형도 주루코치 역시 김태형 감독과 비슷한 대답을 내놓았다. 전형도 코치는 "도루를 많이 하면 코치 입장에서는 고맙다"고 운을 뗐지만, "최근에는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아 활로를 찾아보려고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주루에 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즉 두산에게 도루는 강력한 무기라기보다는 침체된 타격을 보완할 수단이었다.
시즌 초반 두산은 타자들은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었다. 지난 11일 21안타를 폭발시키기 전까지 두산은 팀 타율 2할2푼5리, 득점권 타율 2할5푼9리로 부진했다. 나가기는 힘들었고, 홈으로 들어오기는 더더욱 힘들었다. 타격의 흐름이 이어지지 않은 만큼 어떻게든 득점권에 주자를 놓는 것이 중요해졌다.
반면 지난해 두산은 팀타율 2할9푼8리, 팀홈런 183개로 각 부문 1위를 달렸다.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가 끌어 올린 성적이 아닌 3할타자 6명에, 20홈런 이상을 친 타자가 5명으로 타선 곳곳이 지뢰밭이었다. 굳이 모험수인 도루를 감행하기보다 1루에 주자가 있어도 타자에게 믿고 맡기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었다.
전형도 코치는 "우리 팀은 장타력이 있는 선수가 많다. 그만큼 큼지막한 타구에 점수가 나는 쪽으로 풀렸으면 좋겠다. 지금은 시즌 초반이라 선수들이 체력적 부담을 느끼지 않지만, 도루가 체력적 소모가 많은 만큼 중반으로 갈수록 부담이 된다"며 "하루 빨리 타격적으로 공격이 풀려서, 도루를 많이 하는 현상이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비록 도루 숫자에 대한 큰 미련을 두지 않았지만, 성공률에 대해서는 욕심을 보였다. 전 코치는 "투수에 대한 패턴 연구 등은 계속하면서 도루를 시도할 때는 성공할 수 있도록 많은 연구를 하겠다"고 강조하며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도루를 사용하겠다고 전했다. / bellsto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