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만 다하면 실수는 괜찮다".
kt wiz 김진욱 감독이 선수들에게 매일 하는 말이다. kt는 성적 자체에 연연하지 않는 팀이다. KBO 리그의 막내 구단으로, 지난 2년 동안 최하위에 머문 만큼 탈꼴찌에 대한 욕심이 클 것 같지만, 김진욱 감독은 성적에 대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오직 '즐거운 야구'를 하는데 집중할 뜻을 지속적으로 내비쳤다.
야구에 대한 즐거움을 내세우는 만큼 kt는 최근 늘어난 실책에 대해 질책을 하지 않는다. 지난 12일 실책으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조니 모넬에 대해 김 감독은 "모넬이 내게 죄송할 건 없다. 감독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없어도 된다. 동료들에게 다음 기회를 빌려 만회하겠다는 마음만 가지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걱정거리는 있었다. 팀이 연패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12일 넥센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우리는 기껏 2연패다. 연패는 생각도 안 한다"면서 "실수를 해도 주눅이 들거나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적 부진보다 실책으로 인해 선수단이 침체할 것을 더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선수단은 김진욱 감독의 바람대로 실책에도 크게 주눅들지 않았다. 13일 넥센과 대결에서도 kt는 1회부터 실책을 저질렀다. 이 때문에 선발 투수 돈 로치는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실책성 플레이에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내줬다. 이 때문에 4회까지 넥센에 1-5로 끌려가야 했다.
4점 차는 시즌 개막 후 타선이 침체 돼 있는 kt에는 부담스러운 점수 차였다. 게다가 계속된 실책에 분위기의 저하가 염려됐다. 그러나 kt는 실책과 경기력을 별개로 한다는 걸 보여주었다. 조금씩 점수를 뽑아내며 추격에 나선 kt는 9회 마지막 공격을 앞두고 4-6까지 따라갔다. 7회 1점을 내주는 바람에 턱밑 추격은 불가능했지만 일말의 가능성이 남은 만큼 포기하지 않았다.
넥센은 마무리 투수 김세현을 마운드에 올리며 승부를 결정지으려 했지만, kt는 김진욱 감독의 바람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이대형의 안타로 1사 1루를 만든 kt는 앞선 타석에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전민수가 2루타를 쳐서 1사 2,3루의 기회를 잡았다. kt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후속 타자들의 끈질긴 승부 끝에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며 역전에 성공했다.
지난 2년 동안 최약체였던 kt의 뒷심은 당연히 부족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치른 경기서 kt가 9회에 올린 점수는 77점으로, 9회 평균 득점은 0.32점이다. 이날처럼 3점 이상을 올린 경기는 6경기밖에 없다. 그러나 kt는 좋지 않은 과거를 잊고 승부를 뒤집었다. 김 감독은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들이 잘해줬다. 즐겁게 집중하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경기였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고척=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