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이명기(30)가 천금같은 '슈퍼캐치'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이명기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팀간 3차전 맞대결에서 6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지난 7일 SK 와이번즈에서 KIA로 트레이드 된 이명기는 새 팀에서 데뷔 이후 줄곧 보던 좌익수가 아닌 우익수로 출장하기 시작했다.
우익수 자리가 적응이 덜 돼서 였을까. 전날이었던 12일 두산과의 2차전 맞대결에서 이명기는 아찔한 상황을 경험했다.
2-0으로 3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오재원의 적시타가 나와 한 점 차로 좁혀진 상황. 에반스가 우익수 방면으로 타구를 보냈다. 다소 짧긴 했지만 우익수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이었다.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던 이명기가 따라가 손을 뻗었지만, 공은 글러브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고 맞고 나오는 실책이 됐다. 결국 동점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KIA는 동점을 허용했다. 다행히 팀이 승리하면서 이명기는 실책에 대한 부담을 조금 덜 수 있었다.
하루 뒤. 이명기는 수비로 완벽하게 전날 실책을 만회했다. 5회말 무사 1루에서 민병헌의 우익수 직선타를 잡은 뒤 곧바로 1루에 던져 미처 귀루하지 못한 주자 김재호까지 잡아냈다. 이명기의 강한 어깨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이명기는 경기 중간 중간 자신에게 오는 타구들을 안정적으로 잡았다.
결정적인 수비는 9회말에 나왔다. 4-2로 앞선 가운데 KIA는 1사 3루 위기에 맞았다. 타석에 들어선 김재호는 KIA 투수 한승혁의 156km/h 짜리 직구를 받아쳐 우측 선상으로 공을 날렸다. 파울과 안타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 이명기는 끝까지 따라가 몸을 날려 공을 잡아냈다.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왔지만, 여전히 한 점의 리드를 가지고 있는 KIA로서는 경기 후반 아웃카운트 한 개가 더 값졌다. 결국 KIA는 이날 경기를 4-3으로 잡고 두산과의 첫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쳤다.
경기를 마친 뒤 이명기는 "투수 공이 빨라서 선상 타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타구가 그쪽으로 와서 잘 잡았던 것 같다"고 호수비 상황을 설명했다.
전날의 실책이 머릿 속에 남을 법도 했지만, 김기태 감독과 코치진의 격려에 힘을 얻었다. 이명기는 "코치님들과 감독님들께서 편하게 하라고 하셨다. 덕분에 어제 실책한 것을 좀 잊고 나온 것이 도움이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동안 우익수를 본 적이 거의 없어서 타구 판단이 어려웠는데, 나가다보니까 조금씩 좋은 수비가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로운 팀에 왔는데 모두 좋다. 팀이 지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우승하는데 보탬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bellstop@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