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SK와의 3연전 가운데 1승2패 루징 시리즈, 그리고 2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를 뒤로하고 인천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불안한 투구의 연속이었던 셋업맨 윤길현(34)이 던진 49구는 루징시리즈와 2연속 끝내기 패배에도 불구하고 롯데가 찾아낸 위안거리였다.
롯데는 지난 11~13일, 인천 SK 3연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1승2패의 루징시리즈를 당했다. 여기에 마지막 2경기는 모두 끝내기 패배였다.
SK와의 3연전은 롯데의 불펜 고민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시리즈였다. 박시영(7경기 1패 2홀드 ERA 3.86), 손승락(4G 2세이브 ERA 3.86)이 믿을만하지만, 이들에게 시즌 초반 부하가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다른 불펜 투수들이 믿음을 주지 못하면서 잡아야 하는 경기라는 판단이 들 경우 이들에게 의존하는 상황들이 많아졌다. 윤길현, 이정민, 송승준, 노경은 등의 베테랑 투수들의 불펜에서 활약상, 그리고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래도 13일 경기, 롯데는 위안거리가 있었다. 윤길현이 올 시즌 가장 좋은 투구 내용을 선보이면서 불펜진에 한 줄기 빛을 비췄다는 것.
이날 선발 김원중이 1⅓이닝 5실점으로 강판된 뒤 송승준(2⅔이닝 4실점), 이정민(1이닝 1실점)도 부진하면서 6회 만에 4번째 투수가 올라왔다. 선발이 무너진 상황에서 송승준, 이정민이 좀 더 긴 이닝을 버텨줘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박시영이 2연투를 한 상황에서 올라올 만한 투수는 윤길현 뿐이었다.
이전 등판 기록들을 봤을 때 윤길현도 미덥지 않았다. 김강민부터 시작되는 SK의 상위 타선을 상대했기에 더더욱 불안했다. 선두타자 김강민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가는 타구였다. 이후 박정권은 8구 만에 삼진으로 솎아냈고 최정에 볼넷을 허용했지만 김동엽을 2루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고전하는 듯 했지만 첫 이닝을 무사히 넘겼다.
첫 이닝을 순조롭게 풀자 이후 타자들을 상대하는 것도 이전 경기들보다 훨씬 수월했다. 7회말 정진기를 144km 빠른공으로 삼진 처리한 뒤, 정의윤에 사구를 내줬지만 이홍구를 1B2S에서 7구로 121km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이후 나주환에게는 144km 빠른공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윤길현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3번째 이닝이었다. 첫 타자 박승욱을 중견수 뜬공 처리한 뒤 김강민은 2루수 직선타로 처리했다. 박정권 타석에서 윤길현은 공을 강영식에게 넘기며 이날 등판을 마무리 했다. 윤길현은 2⅔이닝 49구 피안타 없이 1볼넷 1사구 4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지난해 롯데 이적 이후 최다 이닝 소화와 최다 투구수를 동시에 경신했다.
특히 이날 빠른공(20개)과 슬라이더(20개) 외에 커브(9개)라는 제3구종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타자들의 선택지를 넓히는 투구 패턴을 통해서 그동안의 부진한 투구 내용과 평가들을 어느 정도 씻어냈다. 빠른공 구위는 여전히 위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기에 슬라이더와 커브 등 변화구가 어느 정도 뒷받침 된다면 롯데가 바라던 윤길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이날 경기에서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내부 수혈 자원도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트레이드로 불펜진을 보강하지 않는 한, 롯데는 현재 구성된 불펜진으로 시즌을 풀어갈 수밖에 없다. 그 중 핵심은 윤길현의 반등이었다. 윤길현이 반등에 성공한다면 롯데의 불펜진 운영도 숨통이 트일 수 있고, 박시영과 손승락에 편중된 불펜 무게 중심도 분산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이날 윤길현이 던진 49구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윤길현은 이날 등판으로 하루에서 이틀 가량 등판이 힘들다. 과연 윤길현은 다음 등판에서 자신감을 얻고 불펜의 희망으로 거듭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