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트립 1주년①] PD “KBS스럽지 않다는 칭찬..성시경도 기뻐해”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7.04.15 13: 59

“KBS스럽지 않다는 칭찬, 제일 좋았어요.”
KBS 2TV ‘배틀트립’이 1주년을 맞이했다. ‘또 여행?’이냐는 주변의 낮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갈 길을 걸어오며 쏟아지는 신상 예능 속에서도 어느새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의 자리까지 꿰차고 있는 성장은 놀랍기만 하다. 이에 대한 감상은 연출을 맡은 손지원 PD 역시 남다를 수밖에 없을 터.
“1주년까지 올 줄 진짜 몰랐죠. 트렌드나 대중의 관심 측면에서는 맞을 것 같기는 했는데, 토요일이 기존에 ‘그알’, ‘마리텔’이 있고 ‘아는 형님’이 치고 올라오는 사이에 후발 주자로 들어간 거라 자리 잡는데 너무 어려웠어요. 그것도 딱 맞물리는 시간대가 아니라 20~30분 붙어서 피해나갈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누구도 길게 버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었죠. 다행히 요즘 SNS로 여행 콘텐츠를 올리는 젊은 시청자의 추세랑 잘 맞은 프로그램이 돼서, 자극적이거나 독한 토크가 나오지는 않지만 여행 자체를 즐기는 사람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이런 식의 여행을 할 수도 있구나’라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고정 팬들도 생긴 것 같아요. 심지어 연예인 고정팬도 있어요. 안 빼놓고 보셨다면서 직접 출연하고 싶다고 연락주시는 분도 있었어요.”

흐르는 시간을 실감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달려온 ‘배틀트립’은 어느새 다가온 1주년을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늘 게스트들의 여행을 소개했던 네 명의 MC 이휘재, 김숙, 성시경, 산이가 직접 여행을 떠나는 것.
“이번엔 4MC가 직접 여행을 떠나요. 미리 진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뽑은 시청자가 가고 싶은 여행지로 떠나는데, 그동안 했던 것처럼 양자대결이 아니라 4자 대결이에요. 그동안 혼자 가는 여행 의뢰가 많이 들어왔었는데 여러 가지 여건이나 방송 상황 때문에 시도를 못하고 있다가 1주년 기념으로 요청이 많이 들어왔던 의뢰를 하자고 했어요. 지금 촬영이 다 끝났는데 MC들끼리 경쟁심에 불타오르고 있어요.”
특히 ‘배틀트립’에 향하는 칭찬 중 가장 의미 있는 평가는 ‘KBS스럽지 않다’는 것. 보통 트렌드에 한 발 늦게 출발하거나 기존에 있는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은 프로그램을 론칭한 탓에 보수적이거나 촌스럽다는 평가를 받던 KBS 예능국과 달리, 유행의 선두에 서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 덕분이다.
“KBS치고 젊어 보인다거나 신선한 점들이 보인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해서 고정팬들이 생긴 것 같아요. 1년 사이에 여행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는데, 이 가운데 공중파에서 한 발 먼저 시작했다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있죠. 성시경 씨가 쿡방도 그렇고 오디션 프로그램도 그렇고, 보통 케이블이 트렌드를 먼저 시작하고 공중파가 재생산하는 거랑 다르게 ‘배틀트립’은 먼저 시작했고 이 뒤로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생겼다는 점에서 MC로서 기분 좋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또한 ‘배틀트립’은 KBS 프로그램 중에서도 드물게 2049 시청률이 높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2049 시청률은 구매 성향과 행동력이 뛰어난 20세부터 49세 사이의 남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시청률로, 일반 시청률과는 별개의 수치라고 볼 수 있다.
“‘배틀트립’은 2049 시청률이 3%가 넘어요. 전체 프로그램 중에 절대 시청률이랑 상관없이 2049 시청률이 3%가 넘는 프로그램은 몇 개 안 되거든요. KBS 중에서 따지면 ‘불후의 명곡’이 저희보다 2배의 시청률이 나오지만, 2049 시청률은 저희보다 낮아요. 다들 지상파가 노후했다고 하는데, 그거에 비하면 ‘배틀트립’은 젊은 시청자들이 찾아보고 화제성이 크다고 할 수 있죠. 사실 다른 여행 프로그램들은 해외를 한 번 가면 3~4일 정도의 촬영분을 내는데, 저희는 한 회 만에 다 털어내니까 비효율의 극치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근데 그만큼 ‘엑기스’만 내보내는 거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SNS세대에 잘 맞는 것 같아요. 만약 포털 메인에 걸리는 비율이나 화제성을 따지면 저희가 부족해요. 근데 ‘배틀트립’은 영상뷰나 피드백 인증이 높아서, KBS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박나래 씨 영상 같은 경우는 200만뷰가 넘었었어요. 보통 ‘슈퍼맨’ 승재나 대박이가 아닌 이상 단일 예능 콘텐츠가 이 정도로 나오지 않거든요. 이게 ‘태양의 후예’나 ‘함부로 애틋하게’ 기록이랑 비슷할 정도로 높은 수치에요. 이런 식으로 시청자 분들 피드백 양상이 조금 달라요.”
아무리 호평을 받고 있는 ‘배틀트립’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여행 프로그램은 지금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고 까다로운 시청자의 입맛은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 이 시점에서 ‘배틀트립’이 추구해야할 방향성과 목표는 무엇일까.
“지금부터가 더 고민인 것 같아요. 이때까지는 여행 프로그램이 몇 개 없어서 괜찮았는데, 지금은 워낙 많아져서 지역도 겹치거든요. 관관청에 오퍼 들어가는 순서도 다 소문이 나요. 결국엔 저희가 시청자들에게 여행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실제로 행동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차별점인 것 같아요. 이 점에서 처음에는 스튜디오 MC들이 왜 필요하냐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은 이것도 오히려 다른 프로그램이랑 다른 점이에요. 스타들끼리 대결 구도부터 어느 나라가 건국 몇 주년이고, 어떤 게 무료라는 건 스튜디오에서만 줄 수 있는 정보니까. 재미를 기본으로 비용, 접근성 측면에서 디테일하게 그려야할 것 같아요.”
이제 1살이 된 ‘배틀트립’은 KBS의 또 다른 장수 예능이 되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특히 새롭게 선보이는 파일럿과 신상 예능 모두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살아남은 ‘배틀트립’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다.
“예능판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캐치프레이즈로 생각하고 있어요. 여행이라는 소재 면에서 너무 질리지만 않는다면 포맷을 잘 유지해서 장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고 싶어요. 어쨌든 1년을 잘 넘겼으니 장수 프로그램 반열에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 다음에는 시청자가 한 번쯤 다시 꺼내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된다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유행에 앞서가거나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보기 편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만족해요.”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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