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오래하는 게 꿈"..'60주년' 안성기가 곧 한국영화였다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7.04.13 15: 46

 국민배우 안성기가 데뷔 60주년을 맞았다. 그의 삶은 곧 한국영화였다.
안성기는 13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2관에서 데뷔 60주년 특별전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전(展)’ 개막식에 앞서 언론 공동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안성기는 데뷔 60주년 행사를 진행하면서 “작년 이런 행사를 해야겠다고 해서 획을 긋는 게 싫어서 그냥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슬쩍 넘어가는 행사가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이렇게 열고 보니까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축하도 해주시고 그렇다”며 “제가 젊은 역할을 해서 50대 중반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은 것 같은 농담 삼아 말씀도 드리고 싶다”고 재치 있게 소감을 밝혔다.

안성기는 지난 1957년 영화 ‘황혼열차’에서 아역으로 데뷔해 ‘모정’(1958), ‘하녀’(1960) 등으로 타고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10여 년의 연기 공백을 가진 뒤 ‘바람불어 좋은날’(1980)을 시작으로 성인연기자로 변신한 그는 최근 ‘부러진 화살’(2011)까지 약 130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수많은 영화 중에서 그가 각별하게 생각하는 작품은 무엇일까. 어렵게 꼽은 몇 편의 작품이 있었다. 안성기는 “한 작품만 골라달라는 건 고문”이라며 “아역으로 출연한 작품은 제 의지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차치하고, 성인이 되고 제가 영화를 하겠다고 한 작품부터 말씀드리면 80년도 ‘바람불어 좋은 날’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작품이라 꼽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적으로 세계에 많이 알려진 ‘만다라’, 남녀노소 많은 관객들과 만난 첫 영화인 ‘고래사냥’,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베트남전에 참전한 병사의 모습을 꼭 그려보고 싶었다며 ‘하얀전쟁’ 등을 꼽았다. 이어 부패한 경찰 역이자 코미디로 연기 변신한 ‘투캅스’, 주연에서 비중은 적지만 존재감 있는 조연으로 가게 해준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천만 영화 ‘실미도’, 따뜻한 영화 ‘라디오 스타’를 선택했다. 그는 “어느 작품을 만나느냐가 배우의 인생에 참 중요하다”며 그의 배우 인생을 만들어준 작품들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의 인생은 곧 영화였다. 많은 후배들이 그를 존경하는 배우 1순위로 꼽는 이유로는 이밖에도 한국영화를 위해 앞장서고 또 사회적으로도 모범이 되는 면모도 있다.
안성기는 “저는 앞장서서 외치는 걸 너무너무 힘들어하는데, 스크린 쿼터는 앞서서 했다. 영화를 위한다기보다는 표현을 위해서는 일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졌다. 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연기자의 자세로서 마치 배우같이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존중해주는 면이 있는 것 같다”며 “영화 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있다. 하나는 유니세프다. 지금까지 친선대사 역할을 해서 세계의 어린이들을 구호하는데 참여하고 있다. 유니세프는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전쟁 후에 제가 유니세프의 도움을 많이 받은 세대다. 너무 자연스럽게 같이 참여해서 또 우리 같은 힘들게 살았던 어린이들과 만나고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영화인을 격려하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아시아국제단편영화제도 도맡아 하고 있는데, 그는 “한국영화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는 젊은이들을 격려하는 즐거움이 있다”며 “열심히 일하는 것은 저 자신으로도 많은 자극을 받으면서 생활을 해서 당사자들도 좋지만 저에게도 큰 자극이 된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한다. 많은 배우들이 사회 봉사활동을 많이 참여하고 있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성기는 영화인으로서 꿈을 묻는 질문에 “일단 오래하는 게 꿈”이라며 “얼마동안 할지 저의 노력으로 가능할지 안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가장 큰 숙제다. 그리고 나이가 더 들어서도 사람들이 영화 속에서 보고 싶어할까. 배우로서의 매력을 계속 줄 수 있을까. 그런 것도 의문이다. 나이는 들었지만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하면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 참 아쉬운 건 위에 선배님들도 그렇고 일찍 현장을 떠난다는 것이다. 주변에 같이 영화를 하면 좋겠는데 자꾸 혼자 남는 느낌이 외롭다는 생각도 든다. 제가 배우로서 좀 더 오래해야겠다는 것은 뒤에 하는 배우들이 ‘저 정도까지 열심히 하면 할 수 있겠구나’하고 정년을 길게 해주는 그러한 역할을 자신을 위해서나 후배들을 위해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안성기는 지금까지 인생에 5년 빼면 다 연기에 바쳐온 소회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유난스럽게 나이를 많이 따지기도 하는데, 선후배 관계가 깊숙이 들어있다 보니까 영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그런 부분이 생겨서 일의 기회를 많이 놓치게 된 경우가 있다”며 “그동안 그랬더라도 앞으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장에서 하는 분들은 같이 갈 수 있는, 밑에서 올라오는 세대와 공존하는 모습을 갖추는 게 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그런 역할을 해나가려고 한다. 그분들이 있어서 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끝으로 안성기는 “국민배우가 맞는 것 같다. 저는 팬클럽도 없어서 국민이 팬이라고 생각한다. 저를 죽자살자 좋아하는 분도 없는 것 같다. 그림을 생각해보면 저의 팬은 좋은 미소를 짓고 지나가는 그런 느낌이다. 늘 고맙다. 한결같은 느낌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서 은은하지만 연탄불 같은 온기를 보내주시는 것 같다”며 “국민배우라는 건 워낙 90년대 중반에 씨네21에서 그런 기사를 처음 써서 생긴 건데, 국민배우 아니라고 할 순 없는 것 같고 계속 불리니까 그러려니 하고 지내고 있다. 국민배우라고 하는 건 그렇게 잘살았으면 하는 바람의 애정 표시이지 않나 생각한다. 저도 굳이 거기서 벗어날 필요는 없고 배우로서, 작품으로서 잘 보여지는 모습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국민배우’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전(展)’은 13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며 안성기의 주요작 27편을 상영하며 그의 60년 연기 인생을 되짚어본다. 오는 15일 ‘라디오스타’ 상영 후에는 안성기, 박중훈, 이준익 감독이, 22일에는 ‘개그맨’ 상영 후 안성기, 이명세 감독이 자리해 관객과의 대화(GV)를 진행한다. / besodam@osen.co.kr
[사진]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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