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낙타, '고막남친'이 들려주는 정규 앨범 이야기
OSEN 엄동진 기자
발행 2017.04.13 17: 43

 요즘엔 겉멋이 잔뜩 들어간 이름이 대세다. 아이돌의 경우엔 알파벳 조합을 많이 사용하고, 래퍼들은 이름으로 자신의 스웩을 발산하기도 한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이자, 최근 ‘고막남친’으로 불리는 싱어송라이터의 이름은 겨우(?) 최낙타다. 특별할 것도 없고 스웩이 느껴지지도 않는 이름. 이름의 기원을 살펴보니 겨우(?) 고등학교 때 별명이란다. 마른 체형에 느릿느릿한 행동 때문에 붙여진 이름.
근데 최낙타의 음악을 듣고 그와 한 시간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부대찌개보단 김치찌개같은 소박한 인물. 매운탕의 얼큰함보단 지리의 진중함과 개운함이 느껴지는 음악. 어쩌면 보잘것없지만 소박한 장인의 고집이 느껴지는 이름 최낙타. 참 잘 이었다는 생각이다.

-이름이 왜 최낙타인가요.
"고등학교 때부터 제 별명이 낙타였어요. 그 때는 지금보다 말랐었고요. 행동도 느릿느릿해서 그렇게 불렸어요. 데뷔 전에 제 이미지를 바로 표현할 수 있는게 뭘까 생각을 했는데, 그게 낙타더라고요. 낙타만 쓰면 동물이 먼저 연상 되니까, 최를 붙였어요."
-요즘 '고막남친'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는데.
"몇몇 네티즌들이 '최낙타씨는 고막남친 느낌이다'라는 얘길 해주더라고요. 당연히 민망하기는 한데, 이미지가 괜찮다고 회사에서 밀어주시네요."
-정말 귀에 대고, 이야기 하듯 불러주는 느낌이 있어요.
"전공으로 보컬 공부를 한적은 없고, 원래는 기타 연주자였어요. 노래를 멋있게 부르는 법도 모르고 자연스럽게 부르려고 하다보니, 더 몰입해주시는게 아닌가 싶어요. 많은 분들이 매력으로 느껴주시는거 같아요. 테크닉보다는 지금 느낌을 살리는 쪽으로 부르고 있어요."
-지금부터는 이번 앨범 소개를 부탁합니다. 먼저 '그랩 미'.
"가장 최근에 쓴 곡입니다. 정규 앨범을 처음 내다보니 시행착오도 있었고, 어려움도 많았죠. 회사와 조율이 필요했고, 조금 아쉬운 곡들은 다음에 내기로 했고요, 그런 과정에서 타이틀곡이 정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급하게 작업한 곡이고 제겐 좀 불안한 곡이기도 했는데, 회사에서 이 곡이 좋겠다라고 하셨죠. 저 역시 100% 만족할 수는 없어도 꽤 괜찮은 곡이라고 생각했고요. 이 곡은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다가 떠올랐어요. 그 게임의 한 캐릭터 기술이 '그랩'이에요. 상대방 캐릭터를 땡기는건데, 그 스킬을 보면서 이걸로 곡을 쓰면 좋을거 같다고 생각했죠. 이성에게 '나를 좀 잡아줘, 난 용기가 없고 부끄러움도 많아. 거런 날 꽉 잡아줘'라고 얘기하는 거죠."
-좀 지질한 느낌이 있네요. 원래 성격인가요.
"표현을 잘 안하는 편이에요. 어떻게 보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고 아쉽기도 할 수 있죠. 근데 고쳐지지 않더라고요. 마음이 없는 편은 아닌데."
-두번째 곡은 '아를오오를아'입니다. 제목이 재미있네요.
"암호를 풀 수 있는 힌트예요. 곡 가사 중에 아를 오로 바꾸고 오를 아로 바꾸면 전혀 다른 곡이 돼요. 귀엽고 달달한 곡인데, 뭔가 좀 민망한 곡으로 바뀐달까. 근데 팬들이 금방 찾더라고요. 빨리 찾을지 몰랐고, 다음에 노래 만들때 힌트를 줘야지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근데 당일날 바로 찾더라고요.
-이 곡에 에피소드도 있다고요.
"음악 감독님이 이 곡을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쓰신 거예요. 스윙 재즈라 잘 어울리는 곡이긴 한데, 단어가 바뀌면 야한 곡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하신거죠."
-세번째 곡은 '유치'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목들이 다 간결하네요.
"곡을 쓸 때 항상 아이디어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긴 제목을 좋아하지 않고요. 뭔가 곡을 들었을 때 느껴지는 단어나 감정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제목도 직관적으로 짧게 지으려고 하고 감정이나 아이디어를 제목으로 지으려고 해요. 그래서 짧고 간결한 제목들이 많죠. '유치'라는 곡 역시 연애를 할때의 감정을 담은 곡이에요. 연애를 하다보면 지질해지기도 하고, 유치해지기도 하잖아요. 그런 유치한 부분들을 표현한 곡이에요."
-대부분의 곡이 연애를 주제로 하고 있네요.
"뭔가 다른 주제로도 곡을 써보려고 했는데 몰입이 되지 않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공감이 되지 않으니 결과물이 만족스럽지도 않고요. 연애에 대한 사소한 감정들은 온전히 내 것이잖아요. 제가 편하게 쓸수 있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연애라고 생각했습니다."
-네 번째 곡은 '으으'입니다.
"'으으'는 지난해에 싱글로 발매됐던 곡이에요. 아침에 일어났을때의 감정들을 많이 쓰는 편인데요. 그 날은 아침이 일어나서 봤더니, 어둡더라고요. 햇살도 없고요. 아직도 밤이가 했더니, 비가 와서 그런거였어요. 그러다 이불이 푸근하게 느껴져 꽉 안았는데, '그녀' 생각이 더 난거죠. 그런 곡입니다." 
-'쿡쿡'도 제목이 재미있네요.
"'쿡쿡'은 찌른다는 뜻인데, 사실 쿡쿡 좀 찔러주지라는 기대의 표현이죠. 나랑 놀아주지 않아서 서운한데 이걸 또 얘기하면 내가 삐치는 걸로 보일까봐 걱정을 하고요. 인디신에서는 그런 사소한 내용으로 곡을 쓸수 있잖아요. 그런 신선함을 좋아해주시는거 같고요."
-이 곡에는 피처링이 있네요.
"피쳐링 해 주신 분은 디에이드의 안다은 님이에요. 대학교 후배인데 친분이 있었죠. 그 친구가 노래를 정말 잘하거든요. 그래서 같이 노래하면 내가 너무 묻힐까라는 생각은 있었는데, 정말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피쳐링을 부탁했고, 흔쾌히 도와주셨습니다."
-여섯번째 곡의 제목은 '신#6'입니다. 무슨 뜻인가요.
"스타일이 좀 다른 곡이에요. 원래 스타일은 통기타 반주가 기본인데, 이 곡에서는 통기타가 빠지고 피아노와 보컬이 곡을 꽉 채우는 사운드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최낙타의 이미지와는 다른 편곡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 곡이고요. 한가지 틀에 갖혀 있는건 오래 가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그 이미지를 깰수 있을때가 있을거고 그런걸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싶어요."
-요즘 트렌디한 음악에도 잘 어울리는 음색과 창법을 갖고 있어요.
"알앤비나 힙합도 좋아해요. 힙합적인 요소를 많이 넣으려고 하고요. 랩을 잘하지는 않는데 노래방 가면 곡 하는 편이에요. 일반 음악에서 듣기 어려웠던 가사의 리듬이나 운율을 신선하게 해보고 싶고 그게 포인트가 될수도 있을거 같아요."
-2013년에 첫 싱글이 나왔고, 이제 4년 정도가 지났는데 지금까지의 활동은 만족하나요.
"전 굉장히 만족을 하고 있어요. 뭔가 더디게 간다는 느낌도 없고, 꽉 막혀있었던 적도 없거든요. 술술 풀린다고 할 수도 있겠고 자연스럽게 한단계 한단계 올라가는 모습이 보여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올라가다 떨어지는 날이 오면 어떤식으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그런 생각도 하고 있고요. 계획을 차분하게 잘 세워두는 편인데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잘 가고 있는거 같습니다."
-올해의 계획은.
"일단 가장 큰 목표는 단순하게 음악으로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고 멋진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세부적으로는 1년 단위의 계획만 세우는데 올해의 계획은 정규 앨범을 내는 거였고 첫 번째 파트를 그래도 해냈죠. 또 다른 부분은 정규 앨범으로 일정 정도의 수익을 얻는 것입니다."
-돈 많이 벌면 하고 싶은게 있나봐요.
"좋은 집을 사고 좋은 차를 타고 부모님께도 떳떳하게 용돈을 드리고 싶어요. 남들 돈 벌었을때 하는 것들은 저도 다 하고 싶어요."
-아버지가 정치인입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캠프에 계신데 소통은 잘 되는 편인가요.
"제게 존경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아버지예요. 존경할 부분이 많은 분이시죠. 음악적으로도 반대는 하지 않으세요. 속으로 걱정만 하시죠. '나중에 나 용돈은 줄수 있냐'라고 물으시면 '못줄거 같다'고 웃고 말죠. 속이 깊은 분이라 존경하고 또 존경합니다." / kjseven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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