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끝판왕’은 흔들리지 않았다. 현지 언론이 의구심을 품자마자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이 다음 날 바로 건재를 과시했다.
오승환은 13일(이하 한국시간) 미 워싱턴 D.C의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과의 경기에서 1이닝을 막았다. 6-1로 앞선 9회 팀의 5번째 투수로 등판, 지난 2경기 동안 불같은 타격감을 선보인 워싱턴 타선을 막아내며 팀의 승리를 지켞다. 지난 3일 시카고 컵스와의 개막전에서 블론세이브, 전날도 1이닝 1실점을 기록한 오승환은 두 번 실수를 하지 않았다.
사실 시즌 초반 출발이 불안했던 오승환이었다. 비록 2경기는 팀이 뒤진 상황에서 나온 경기라 아주 큰 의미는 없었지만, 어쨌든 첫 3경기에서 모두 실점을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오승환도 과정도 과정이지만 결과적으로 실점을 했다며 아쉬워했다.
오승환뿐만 아니라 세인트루이스 불펜 전체가 흔들리는 가운데 의구심도 생겼다. 현지 언론들은 오승환이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여파가 시즌 준비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오승환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 지난 11일 강렬한 부상 복귀전을 치른 전직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의 9회 복귀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오승환은 우리 팀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투수 중 하나”라면서 보직 변경에 대한 추측에 굵은 선을 그었다. 오승환도 점차 컨디션이 살아나는 중이었다. 비록 2사 후 2루타 2개를 맞고 실점하기는 했으나 12일 워싱턴전에서는 최고 구속이 95마일(153㎞)을 상회하는 등 올라오는 컨디션을 알렸다. 오승환도 “몸 상태는 올 시즌 경기 중 가장 좋았다”고 각오를 다졌다.
만회의 기회는 바로 왔다. 상대 선발이자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맥스 슈어저를 상대로 타선이 3점을 짜냈고, 세인트루이스 선발 마이크 리크는 혼신의 힘을 다해 7회까지 워싱턴 타선을 막아섰다. 로젠탈이 8회 다리를 놨고, 세이브 상황이 되자 매시니 감독은 주저없이 오승환을 호출했다. 그리고 오승환은 그 믿음에 부응했다.
첫 타자이자, 전날 2루타를 맞았던 머피와의 승부가 최대 승부처였다. 하지만 이날은 범타로 요리했다. 몸쪽 패스트볼 승부에서 머피의 방망이를 이겼다. 짐머맨과의 승부처에서 실투가 2루타로 이어졌지만 워스는 우익수 뜬공으로, 위터스는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워스-위터스의 타구는 많이 뻗지 못했다.
12일 경기에서 패스트볼 구속이 올라오는 과정이었다면, 문제는 실투였다. 특히 슬라이더의 위력이 지난해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날 등판에서는 계속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다. 무엇보다 첫 무실점 경기에 팀의 승리 확정을 신고하면서 한숨을 돌림은 물론, 팀의 신뢰를 되찾고 주위의 불필요한 잡음을 제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한 판이었다. 오승환이 이제 시동을 걸고 앞으로 달려갈 준비를 마쳤다. /skullboy@osen.co.kr
[사진] 워싱턴 D.C=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