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진심, “WBC 강행군, 후회하지 않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4.13 06: 15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은 올 시즌 출발이 좋지 않은 편이다. 12일(이하 한국시간)까지 올 시즌 3경기 등판했으나 경기마다 실점하며 평균자책점이 12.27까지 치솟았다.
물론 2경기는 팀이 크게 뒤진, 세이브 상황과 무관한 컨디션 점검 차원의 등판이었다. 첫 8경기를 2승6패로 출발한 세인트루이스의 팀 사정상 마무리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자 고육지책을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3경기 모두 실점을 했으니 찜찜하게 출발한 것은 분명하다. 오승환도 12일 워싱턴전이 끝난 뒤 “컨디션이야 가장 좋았지만 결국 실점을 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런 오승환을 바라보는 팀의 신뢰는 여전히 굳건하다. 결정권자 중 하나인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오승환은 우리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 중 하나다. 오승환을 비롯한 불펜 투수들의 보직 변경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변함없는 믿음을 드러냈다. 매시니 감독은 12일 오승환이 2사 후 연속 2루타(하퍼·머피)를 맞고 1실점 한 뒤에도 “괜찮았다”며 오승환의 어깨를 다독였다.

현지 언론도 세인트루이스 불펜의 집단 난조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오승환은 좀 더 다른 시각에서 보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지역 언론인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12일 “팀은 오승환에게 WBC 여파를 정리할 기회를 줘야 했다”라면서 WBC가 오승환의 슬로스타트에 영향을 줬다고 단언했다.
실제 오승환은 WBC 출전 때문에 팀의 스프링 트레이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태평양을 건넜다. 대표팀이 일찍 탈락해 예상보다 팀에 빨리 복귀하기는 했지만 장거리 이동 및 시차 적응 등으로 며칠은 아무것도 못하고 보내야 했다. 경유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비행기만 15시간 이상을 타야 하는 일정을 반복했으니, 컨디션 조절이 쉬울 리 없었다. 그것도 시즌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WBC에 출전한 다른 선수들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거리가 멀지 않은 미국 서부와 푸에르토리코에서 경기를 치렀다. 동아시아까지 가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일본 투수들이 전원 대회 출전을 고사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이런 일정에 대해 오승환은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차피 자신이 다 각오를 하고 간 것이라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마치 핑계처럼 보일까봐 조심스러운 점도 있었다.
그러면서 오승환은 “대회 참가에 대한 후회는 없다. 오히려 가서 좋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만 35세의 오승환은 이번 대회가 사실상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대회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 계속 뛴다고 가정하면 아시안게임이나 프리미어12, 올림픽 출전은 어렵다. 다음 WBC는 4년 뒤에나 있다. 그때는 오승환보다 더 좋은 젊은 선수가 많아야 이상적이다.
오승환은 경력 동안 숱한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국가의 부름에 군말 없이 응했다. 1~4회 WBC에 모두 출전한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승환이 초반 컨디션 조절 난항에도 불구하고 WBC 출전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다. 오승환은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으니 최대한 빨리 분위기를 바꾸겠다”라면서 더 이상 이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도록 나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워싱턴 D.C=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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