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 10경기, 대부분 팀들의 기록이 빠르게 쌓여가고 있다. 그런데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아직도 '0'인 숫자도 있다. 올 시즌 몇몇 팀들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0'이다.
개막 5연패 이후 5연승으로 5할 승률을 회복한 넥센은 희생번트가 아직 1개도 없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다. 가장 많은 희생번트를 댄 KIA와 한화가 7개인 것과 대조된다. 신임 장정석 감독은 희생번트 작전 대신 선수들의 타격에 맡기는 자율야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결과가 좋다. 넥센은 팀 타율 1위(.310)를 달리며 출루율(.365) 장타율(.465) OPS(.830) 모두 리그 2위에 오를 정도로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다. 경기당 6.1득점(2위) 화력으로 번트 없는 야구를 완성 중이다. 넥센은 염경엽 전 감독이 이끈 지난해에도 희생번트가 34개로 리그 최소였다.
한화는 아직 선발투수 퀵후크가 한 차례도 없다. 10개팀 중에서 유일하게 퀵후크 없는 팀이 한화다. 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가 끝나기 전에 교체하는 퀵후크는 지난해 한화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지난해 64차례의 퀵후크로 이 부문 2위 NC(48회)보다 무려 16차례 많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개막 10경기에서 퀵후크가 없었다. 선발투수들이 초반에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어느 정도 안정감 있는 투구를 하고 있는 것이 크다. 김성근 감독도 지난해보다 선발투수 교체 타이밍을 최대한 늦추고 있다. 그 결과 한화 선발 평균자책점 5위(3.38)에 퀄리티 스타트는 공동 1위(6회)에 올랐다.
SK도 0인 기록인 있다. 개막 10경기에서 주루사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 역시 10개팀 중에서 유일하다. SK라서 더 의미 있는 기록이다. 지난해 SK는 무려 71개의 주루사로 이 부문 최다 불명예 기록을 썼다. 세밀하지 못한 주루플레이로 공격에서 스스로 흐름을 끊어먹기 일쑤였다.
하지만 트레이 힐만 감독 체제로 바뀐 올 시즌, 어이없는 주루사가 사라졌다. 도루는 8번 시도해서 4번 성공으로 절반의 확률에 머물러 있지만, 적어도 루상에서 주자가 허무하게 죽는 일은 없어졌다. 수비 시프트뿐만 아니라 확률 높은 주루 플레이도 SK의 변화상이다.
7연패를 당하며 개막 10경기 1승9패로 추락한 최하위 삼성은 아직 세이브가 '0'이다. 유일하게 승리한 지난 2일 대구 KIA전도 16-3 대승을 거둬 세이브가 나올 수 없었다. 나머지 9경기 모두 패하다 보니 세이브 쌓을 기회가 없다. 시즌 9번째 경기였던 11일 대구 한화전에서 마무리투수 심창민이 시즌 첫 세이브 기회를 잡았지만 8회 등판과 함께 블론을 저지르며 세이브가 날아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