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를 과시한 류현진(30·LA 다저스)이 이제 결과물 사냥에 나선다.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시카고 컵스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가 기다리고 있지만 성공할 경우의 성과는 배로 커진다.
류현진은 14일(이하 한국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릴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사실상 지난 2년을 날린 류현진은 지난 스프링 트레이닝의 눈부신 호투와 첫 등판(4월 8일 콜로라도전)에서의 무난한 출발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어깨와 팔꿈치 등 몸 상태에 대한 의혹을 말끔하게 털어버린 50일의 여정이었다. 류현진은 지난 8일 투수에게 악명이 높은 쿠어스필드에서 가진 콜로라도전에서 4⅔이닝 동안 6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장타를 최대한 억제하며 5탈삼진 2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다. 다음날 등판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홈런 세 방을 얻어맞은 쿠어스필드임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첫 등판이라고 할 만했다.
건강함을 확인했고, 전성기 기량에 근접했음을 알리는 등판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3마일(150㎞)까지 나왔고, 평균구속은 90마일(145㎞) 가량으로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2013년과 2014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구속의 일관성도 돋보였다. 안정감을 찾은 류현진은 특유의 칼날 제구와 완벽한 커맨드를 앞세워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명불허전이었다.
류현진도 “전성기와 크게 다른 느낌은 아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이제는 감격적인 승리에 다가설 때다. 상대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이자, 올 시즌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 컵스다. 류현진은 컵스와의 통산 2경기에서 12⅓이닝을 던지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92로 잘 던졌다. 그 1승이 리글리 필드에서 거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컵스와 지금 컵스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곤란하다. 분명 최대의 난적이다.
첫 승으로 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5이닝 이상을 던져야 한다. 류현진은 어깨 수술을 한 2015년 이후 공식 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던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첫 등판이라 투구수 조절이 필요했던 콜로라도전에서는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날은 전 등판보다 투구수가 늘어날 예정인 만큼 5이닝 소화는 긍정적이다.
1~4회 류현진의 투구는 크게 의심을 품을 이유가 없다. 콜로라도전에서도 힘이 급격하게 떨어진 모습은 없었다. 다만 5회 이후, 투구수 80개 이후는 올 시즌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점에서 일관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류현진이 완벽한 건재를 알리기 위해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강한 컵스 타선이지만, 왼손에는 더 강했다. 컵스의 지난해 왼손 상대 팀 타율은 2할6푼7리,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0.807에 이르렀다. 팀 타율과 팀 OPS 모두 애리조나에 이어 내셔널리그 2위였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올해도 좋다. 컵스의 왼손 상대 팀 타율은 12일까지 3할7푼9리, OPS 1.037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간판스타인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왼손을 상대로 타율 3할1푼4리에 14개의 대포를 터뜨렸다. 류현진은 브라이언트와 상대해 본 적이 없다. 요주의 인물이다. 하비에르 바에스(.311), 벤 조브리스트(.301)도 왼손을 상대로 강했고 애디슨 러셀, 카일 슈와버 등은 왼손 상대로 한 방이 있다. 사실상 쉬어갈 틈이 없는 지뢰밭 타선이다.
반대로 다저스는 최근 꾸준히 왼손을 상대로 약했다. 이날 컵스 선발이 좌완 브렛 앤더슨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여기에 간판 우타자 중 하나인 저스틴 터너는 11일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고 13일 경기에도 결장하는 등 악재가 있다. 이처럼 류현진이 승리에 이르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를 다 풀어야 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