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크라이'에도 밝은 켈리, 에이스의 품격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4.13 06: 06

'켈크라이'의 재현이었다. 하지만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메릴 켈리(29)의 표정은 누구보다 밝았다.
SK의 '에이스' 켈리(29)는 1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전에 선발등판, 8이닝 6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타선이 4회 선취점을 뽑으며 1-0으로 앞선 상황, 투구수가 101개였기 때문에 9회에도 켈리의 등판이 점쳐졌다. 하지만 트레이 힐만 SK 감독의 선택은 '클로저' 서진용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패착으로 이어졌다. 서진용은 안타 두 개를 맞으며 1사 1·3루 위기에 내몰렸고 강민호에게 3루수 앞 내야안타를 맞으며 실점했다. 완벽에 가까운 호투를 펼쳤던 켈리의 승리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SK는 12회 터진 최정의 끝내기 안타로 간신히 2-1 승리를 거뒀다.
사실 켈리는 그간 승리와 유독 인연이 없었다. 그 탓에 '켈크라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켈리는 지난해 4월 5경기서 32.1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했지만 1승1패에 그쳤다.
그는 지난 시즌 33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선발투수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기록. 평균자책점은 3.69로 전체 5위였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도 22회로 많았다. 그러나 승수는 단 9승에 불과했다. 전체 20위.
시즌 막판 10승을 채우기 위한 눈물겨운 도전이 펼쳐졌다. 켈리는 9월 6일 KIA전서 승리투수가 된 후 네 경기에 더 선발등판했다. 최정은 그 네 경기서 26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했다. 하지만 승리가 없었다. 네 번의 도전 끝에도 시즌 10승 달성에 실패한 것이다.
이번 시즌도 불운은 이어졌다. 켈리는 앞선 두 경기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시즌 첫 승 달성에 실패했다. 거기에 12일 경기 '역대급 호투'에도 승리를 이어지지 못하며 켈크라이 흐름은 조금 더 이어지게 됐다.
비록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켈리는 경기 후 "비록 내가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마지막에 팀이 승리해 기쁘다"라고 밝혔다. 9회 강판을 지시한 트레이 힐만 감독의 선택에 대해서도 "시즌 초반이라 감독님이 투구수 조절을 해줬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에이스의 책임감이자 무한 긍정의 힘이었다.
투수 개인의 승리와 패배만을 두고 따지자면 이번에도 켈크라이였다. 하지만 켈리는 최저의 끝내기 순간 누구보다 밝게 웃으며 최정을 축하했다.
비록 개인적으로는 켈크라이가 재현됐을지언정 팀을 생각하는 켈리의 자세는 '켈스마일'이었다. /ing@osen.co.kr
[사진]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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