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전 6푼9리' 최정, 결정적 순간에 공포증 극복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4.13 06: 06

지난 시즌 상대 타율 7푼4리. 올 시즌 성적까지 포함한 타율은 6푼9리. 과연 수비 입장에서는 이 선수에게 정면 승부를 펼쳐야 할까? 그 딜레마에 빠졌던 롯데는 최정(29·SK)에게 정면승부를 펼쳤고 끝내기 안타를 맞으며 경기를 내줬다.
최정은 1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전에 3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했다. 최정은 12회 무사 2루서 이정민을 상대로 좌중간에 떨어지는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개인 통산 3호. 최정이 이날 경기 전까지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던 건 2014년 4월 22일 문학 NC전이 마지막이었다. 무려 1086일 만이다.
최정은 첫 두 타석에서 범타에 그친 뒤 세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골랐다. 이어 8회와 10회에는 승부처답게 고의4구로 걸러졌다. 그러나 롯데 벤치의 선택은 12회 다른 방향이었다. 무사 2루서 최정을 거르지 않은 것. 그리고 그 대가는 끝내기 패배였다.

사실 최정은 그간 '롯데 공포증'에 시달렸다. 최정은 지난 시즌 롯데 상대 타율 7푼4리(54타수 4안타)에 그쳤다. 출루율은 2할3푼1리였다. '완성형 타자' 최정의 성적이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최정은 지난해 8월 21일 경기서 안타를 때린 이후 롯데전 안타가 없었다.
약세는 11일 첫 경기서도 이어졌다. 최정은 삼진 세 개 포함 4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떨궜다. 이 네 타석 성적을 더하면 타율은 6푼9리까지 떨어졌다.
당사자인 최정만큼이나 답답했던 건 트레이 힐만 SK 감독이었다. 힐만 감독은 12일 경기 전 "최정은 롯데가 아니라 어떤 팀이라도 어려워하는 상대다. 그런데 본인이 걱정을 너무 많이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 부담감이 승리를 망친다. 어제도 칠 수 없는 공에 방망이가 나왔다"리먀 "부담 버리고 조급한 마음을 없애면 어느 팀 상대로든 성적을 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12일 경기 초반만 해도 최정의 롯데 공포증은 이어지는 듯했다. 최정은 첫 두 타석에서 모두 내야 땅볼로 물러나며 이닝을 마쳤다. 선두타자로 나선 6회에는 볼넷을 골라 나갔다.
하지만 경기 막판, 팽팽한 한 점 승부가 이어지면서 최정 상대 전략도 달라졌다. 최정은 8회 2사 2루, 10회 2사 1·3루서 고의4구로 걸러졌다. 지난 시즌 제 아무리 7푼4리의 상대 타율을 기록했어도 롯데가 최정을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12회는 달랐다. 선두 박정권이 출루한 무사 2루, 롯데는 최정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펼쳤다. 최정은 볼카운트 1B-1S에서 상대 이정민의 3구를 받아쳐 좌중간을 갈랐다. 박정권이 홈을 밟으며 최정의 끝내기 안타가 터진 것.
경기 후 최정은 "앞선 두 타석에서 고의4구를 얻었는데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추운 날씨에도 응원해주신 팬분들에게 승리를 드릴 수 있어 기분 좋다"라고 밝혔다. 그간의 롯데 공포증을 깨는 안타였다. 그 안타는 가장 짜릿한, 결정적 순간에 터져나오며 SK의 승리를 견인했다.
최정을 고의4구로 두 차례 거른 건 상대 타율과 무관하게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12회에는 무리하게 승부에 들어갔다. 최정은 롯데가 끝내기 패배로 그 대가를 치르게 만들었다.
상대 타율 7푼은 의미가 크지 않았다. 역시 최정은 최정이었다. /ing@osen.co.kr
[사진]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