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두산 베어스는 마지막 남은 선발 한 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함덕주는 지난 12일 잠실 KIA전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호투를 펼쳤다.
올 시즌 선발투수로 변신한 함덕주는 지난 6일 수원 kt전에서 4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5볼넷 8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실점도 실점이지만, 5개의 볼넷이 함덕주에게는 과제로 남았다. 특히 5회 2사 2루 상황에서 볼넷 3개가 연이어 나와 밀어내기 실점을 한 장면은 함덕주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함덕주는 두 번째 등판을 앞두고 "너무 완벽하려고 하다보니 오히려 독이 돼 볼넷이 나왔다"라며 "두 번째 등판에서는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내 공을 던지는 데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두번째 등판에서 함덕주는 완벽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해결한 모습이었다. 이날 함덕주가 던진 공은 총 87개. 이 중 스트라이크는 58개로 전체 66.6%에 달했다. 직구(52개) 최고 구속은 145km/h가 나왔고, 슬라이더(13개), 체인지업(13개), 커브(9개)를 섞으며, 공격적인 피칭을 펼쳤다.
무엇보다 함덕주는 자신의 피칭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두산 야수들은 곳곳에서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를 하면서 투수의 기운을 뺐다. 특히 3회에는 수비 실책이 2개나 나오면서 함덕주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0-0으로 맞선 3회말 선두타자 김주형의 땅볼을 2루수 오재원이 놓쳤고, 2사 1,2루 상황에서는 허경민의 악송구가 이어졌다. 쉽게 끝낼 수 있는 이닝이 길어졌고, 실점으로 연결됐다. 투수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함덕주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4회와 5회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함덕주는 3-2로 앞선 6회초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불펜 투수들이 역전을 허용하면서 첫 선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결국 두산도 4-8로 이날 경기를 내줬다.
실책이 없었다면 투구수도 줄어들고 그만큼 더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던 만큼, 함덕주는 이번 등판을 통해 니퍼트-보우덴-유희관-장원준에 이어 두산의 마지막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해냈다. / bellstop@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