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들의 눈부신 호투가 빛났던 경기. 단잠에 빠진 듯했던 타자들은 불펜진이 올라온 뒤부터 조금씩 기지개를 켰다. 팽팽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건 SK의 최정이었다. 롯데로서는 연장전에서 결승점을 뽑을 기회를 번번이 놓친 게 패인이었다. 특히 10회, 앤디 번즈의 병살타가 뼈아팠다.
SK는 1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전을 2-1로 승리했다. 12회 무사 2루서 최정이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끝내기 안타만큼이나 선발투수들의 팽팽한 호투가 돋보인 경기였다. SK 선발 메릴 켈리는 8이닝 6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롯데 선발 브룩스 레일리 역시 7이닝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화답했다.
롯데는 0-1로 패색이 짙던 9회, 상대 마무리 투수 서진용에게 3안타를 뽑아내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9회 수비에서도 배장호와 강영식, 박시영이 아웃 카운트 하나씩을 처리하며 끝내기를 피했다.
분위기가 오른 상황. 10회 공격에서 찬스를 만들며 쐐기를 박는 듯했다. 롯데는 선두 오승택이 바뀐 투수 서진용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 나갔다. 오승택은 후속 손아섭 타석에서 2루를 훔쳤다. 이어 손아섭이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롯데는 무사 1·3루 찬스를 만들었다. 외야 뜬공만 나와도 앞선 채 10회 수비를 맞을 수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롯데는 후속타 불발로 울었다. 김문호가 1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며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번즈는 볼카운트 2B로 유리한 상황에서 무리한 타격을 시도했다. 타구는 유격수 정면으로 향했고 병살타로 이어졌다. 제아무리 발이 빠른 번즈라도 타구가 워낙 야수 정면으로 향한 탓에 손 쓸 도리가 없었다.
번즈는 앞선 네 타석에서 2안타를 때려내며 고감도 타격감을 자랑했다. 그런 만큼 결정적 순간에 나온 병살타가 더욱 아쉬웠다. 게다가 이날 경기에서는 강점이던 수비마저 흔들렸다. 번즈는 3회 이대수가 때린 높은 뜬공의 방향을 놓치며 사실상 실책과 다름 없는 안타를 내줬다. 뒤이어 노수광의 타구는 더듬으며 송구 실책을 범했다.
번즈는 12회 2사 1루서도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차라리 앞선 타석에서 나왔다면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렸을 상황. 그간 타격감이 좋았던 만큼 두 번의 침묵이 아쉬웠다. /ing@osen.co.kr
[사진]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