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분석] '홈런 공장' 가동 중단시킨 명품 투수전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4.12 22: 50

쌀쌀한 봄 저녁.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을 찾은 팬들은 차갑게 식은 방망이를 보고 오히려 후끈한 열기를 느꼈을 것이다.
SK는 1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전을 2-1로 승리했다. 12회 터진 최정의 끝내기 안타로 승부를 정리했다. 하지만 승패와 상관없이 양 팀 선발투수들의 호투가 빛났다.
이날 경기 전까지 양 팀은 올 시즌 유이하게 두 자릿수 팀 홈런을 기록 중이었다. 롯데는 전준우(4홈런)와 이대호, 강민호(이상 3홈런)를 위시한 강타선이 1460일 만의 리그 1위를 이끌고 있다. SK는 '1경기 4홈런'을 기록했던 최정과 11일 경기 전까지 '네 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한 한동민의 한 방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 양 팀 타자들은 나란히 힘을 잃었다. 비록 양 팀 선발투수는 나란히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SK 선발 메릴 켈리는 8이닝 6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롯데 선발 브룩스 레일리 역시 7이닝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멋지게 응수했다.
1선발의 맞대결다운, 품격 있는 경기였다.  켈리가 두 명 이상의 주자를 내보낸 건 5회 단 한 번뿐이었다. 대신 병살타 두 개를 유도해내며 불붙었던 롯데 타선을 식혔다.
위기의 순간에는 탈삼진으로 탈출했다. 켈리는 5회 1사 후 강민호와 이우민에게 연속 안타를 내줬다. 두 선수 모두 시프트를 뚫어내는 타구로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켈리는 후속 문규현과 신본기를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결정구는 모두 속구. 켈리는 문규현에게 147km, 신본기에게 150km짜리 빠른 공을 던졌다. 두 선수 모두 방망이를 냈지만 늦은 타이밍. 헛스윙 삼진으로 맥없이 물러났다.
레일리는 수비 실책에도 흔들리지 않는, '에이스'의 면모를 뽐냈다. 레일리는 1회를 삼자범퇴, 2회를 안타 하나로 막아냈다. 하지만 3회부터 롯데 내야진이 흔들렸다. 3회 1사 후 이대수의 타구가 2루수 쪽으로 높게 떴다. 앤디 번즈가 쉽게 처리할 타구였지만 번즈가 방향을 놓쳤다. 공은 번즈 앞으로 뚝 떨어졌다. 기록상으로는 이대수의 안타였지만 명백히 번즈의 잘못이었다. 흔들린 번즈는 후속 노수광의 땅볼을 한 차례 더듬은 뒤 1루로 뿌렸지만 송구가 빗나갔다. 주자 두 명 모두 세이프. 레일리는 1사 1·2루 위기서 나주환과 최정을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4회 역시 수비가 아쉬웠다. 선두 김동엽의 강한 타구가 3루수 문규현 쪽으로 향했다. 문규현은 몸으로 막은 뒤 곧바로 송구했지만 김동엽의 발이 빨랐다. 3루수 실책이었다. 정의윤의 우전 안타로 무사 1·3루, 레일리는 한동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이재원에게 중견수 뜬공을 내줬다. 이우민이 홈 승부를 펼쳤지만 타구가 깊었다. 그러나 레일리는 후속 김성현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실점을 비자책 1점으로 막았다.
지난 시즌 KBO리그는 ‘역대급 타고투저’ 논란을 겪었다. 그러나 켈리와 레일리는 이날 명품 투수전 갈증을 풀어줄 만한 호투를 선보였다. /ing@osen.co.kr
[사진]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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