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②] 김기수 “그저 날 ‘아름다운 인간’으로 봐주시길”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4.14 10: 44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방송인, DJ, 뷰티 크리에이터. 김기수를 표현하는 단어는 무수히 많다. 그 단어들 사이에는 종종 오해의 시선도, 따가운 눈총도 포함돼 있다. 김기수가 바라는 건 단 한 가지였다. “그저, 절 한 명의 ‘아름다운 인간’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최근 인터뷰를 위해 OSEN 사옥에서 만난 김기수는 최근 뷰티 크리에이터로 메이크업 영상을 찍고,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행복해했다. 김기수는 “힘든 날들을 보상 받는 기분”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요즘 행복하다. 솔직하게 말하면, ‘개콘’의 댄서킴을 할 때보다 찬란하다. 그 때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 잘 하는 걸 못 했던 시기였다. 등 떠밀 듯 살기 바빴던 때이기도 했다. 지금은 표현하고 싶은 것 다 하고, 건네고 싶은 메시지 다 건네니 좋다. 그 사이의 마찰, 충돌을 감당할 수 있게 되니 마음도 편안해졌다.”

‘댄서킴’을 언급하니, 문득 그가 KBS ‘개그콘서트’를 누비던 시절이 떠올랐다. 아직까지도 그가 무대 위에서 ‘내가 그리로 가겠어요’라며 춤추듯 걷는 모습은 잊히지 않는 명장면. 다시 무대 위의 김기수를 볼 수는 없는 걸까. 김기수는 “요즘 ‘개그 안 하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 천생 개그맨이다. 무대 위에서만 해야 꼭 개그일까. 난 거길 거쳐 온 사람이고, 버라이어티, 연극, 뮤지컬을 거쳐 왔지만, 언제나 희극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은 뷰티와 희극을 함께 하고 있는 거고. 제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진지하게 하지 않고 늘 웃기게, 재밌게 찍는다. 그런 것도 다 희극이라 생각한다.”
개그맨으로 큰 사랑을 받았고, DJ로서도 실력을 인정 받았지만, 그는 또 다시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에 도전했다. ‘도장깨기’ 같은 느낌도 나고, 왜인지 도전에 중독된 사람 같기도 하다. 이 말을 듣자, 김기수는 “도전에 중독된 것 맞다. 내가 도전이란 단어를 정말 사랑한다”고 박수를 쳤다. 
“다양한 것에 도전하는 건 귀감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오로지 ‘내 만족’을 위한 거였다. 도전이란 단어에는 망함, 질투, 실패, 자빠지고, 무릎 깨지는 것, 눈물, 희열, 성공 등이 다 들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전을 사랑한다. 아마 백 살까지도 무언가에 도전하고 있지 않을까. 뷰티 쪽으로도 아직 도전할 게 너무나 많다. 맨즈뷰티는 아직 개발이 안 된 터라 더 재밌기도 하다. 옛날 말로 ‘왼손잡이’, 이탈자, 아웃사이더, 이런 걸 지향하는 스타일이다.”
DJ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김기수는 DJ기수라는 이름으로 DJ 활동에 나섰고, 많은 무대에 섰다. 중국에서는 세계 50위 안에 드는 클럽에서 유명한 DJ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3년을 한 평 남짓한 DJ박스에서 매일 8시간씩 연습했다”고 회상했다. 
“나름대로 정말 ‘별짓 다했다’고 생각할 만큼 열심히 했는데, DJ로 전향하니 ‘개그맨이 무슨’이란 반응부터 나왔다. 내가 무대에 오르면 ‘행사 왔네’부터 ‘가짜로 하는 거 아니야?’까지 다양한 말들이 나오더라. 심지어 몇몇은 내가 진짜로 디제잉을 하나 보려고 디제이박스만 쳐다보기도 했고, 먹던 걸 던지기도 했다. 반은 좋아하고, 반은 팔짱 딱 끼고 심판을 봤다. 그런 시선들을 느끼니 위축이 됐다. 그래서 주로 해외에서 DJ 활동을 했다. 많이 힘들었다.”
DJ로서도, 뷰티 크리에이터로서도 김기수는 편견과 싸우는 험난한 출발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고, 한 번 들어선 길을 끝까지 파고들었다. 포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고집스럽게 지켜간 걸까. 김기수는 “디제잉을 하며 느낀 게 있다”고 입을 열었다.
“자기가 즐겁게 일하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 나도 디제잉을 하면서 비로소 느꼈다. 이 인터뷰를 보는 분들에 꼭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취미 하나씩은 꼭 쟁여두고 있으라고. 나도 뷰티 분야를 하면서 ‘와, 이거구나’ 싶게 즐기면서 하니 시너지가 나온 거다. 그 ‘취미’가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 아무도 모른다. 직업이 바뀔 수도 있고, 하다못해 취미를 통해 위안을 얻고 힐링을 받을 수 있지 않나.”
“요즘은 뷰티아이콘이 아니라 희망의 아이콘이라 불린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김기수는 과거 근거 없는 논란으로 방송계를 도망치듯 떠나야 했고, 진한 메이크업 때문에 숱한 오해도 받았다. 그의 말에는 아직도 모든 것에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누가 봐도 ‘여린 사람’인데, 잔인했던 지난 세월이 힘들진 않았을까. 그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사람에게 많이 기대는 스타일이다. 그런 내게 많은 오해들이 날아왔다. 거리낌 없이 ‘동성애자에요?’라고 묻는 사람도 많았다. 내가 성정체성에 관련된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하지 않고, 그저 말을 아끼는 이유는 그걸 보는 성소수자들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단 생각이 있어서였다. 제가 펄쩍 뛰며 ‘전혀 아니에요’라고 말한다면, 그것도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내가 ‘아니에요’라고 답하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는 참 다정한 사람이었다. 처음 본 사람에게도 먼저 농담을 건네고, 손을 내밀었다. 따뜻한 에너지가 가득한 김기수는 마지막까지도 “형 때문에 메이크업한다고, 숨통이 트인다고 말하는 남자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이 있다. 그들에게 꼭 ‘너를 웃게 하고 즐겁게 하는 건 끊지 말라. 그게 너를 어떻게 빛내 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난 그저, 한 ‘아름다운’ 인간으로 김기수를 바라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어떤 일정한 잣대로 말고, 그저 인간 김기수로 말이다. 퍼스트펭귄이라는 게 있다. 펭귄 무리를 이끄는 펭귄을 말한다. 난 바다표범이 눈앞에 있는데도 물고기를 얻으려 물에 뛰어든 거다. 나로 인해 많은 그루밍족들의 숨통이 틔워졌으면 좋겠고, 많은 분들이 아름다워졌으면 좋겠다.”(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yjh0304@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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