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비스트→어쿠루브, 상표권만 갖는다고 의미 있을까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7.04.12 13: 42

또 다른 '비스트 사태'일까.
실력파 인디밴드 어쿠루브(고닥, 재희)가 팀명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게 됐다. 전 소속사와 계약이 만료되면서 새로운 소속사로 이적했는데, 어쿠루브라는 팀명의 상표권이 전 소속사인 브릿지미디어에 등록돼 있기 때문. 전속계약 종료와 함께 새 둥지를 틀고 2막 시작을 앞두고 있는 고닥과 재희에게 큰 난관이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1일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공식 SNS에 "현재 고닥, 재희가 활동했던 어쿠루브라는 팀명은 전 소속사인 브릿지미디어측에 상표권이 등록돼 있어 사용이 어려운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사는 고닥, 재희가 3년간 애정을 쏟아온 팀명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본인들의 의지를 존중하는 바, 전 소속사측과 팀명과 관련해 원만한 합의 및 협의를 도출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고닥과 재희는 지난 3월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공연과 싱글 작업 등 본격적인 행보를 위한 준비 중이었다. 어쿠루브라는 팀이 인디씬에서 워낙 유명하고 탄탄하게 음악 팬덤을 다져온 팀이기 때문에 향후 행보에 더 많은 기대가 쏠렸다. 음악적으로 재능이 출중한 아티스트들인 스타쉽과 계약 이후 본격적인 행보에 가요계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전 소속사와의 상표권 갈등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어쿠루브라는 상표권이 전 소속사에 등록돼 있는 만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고닥과 재희가 아무리 팀 멤버라고 해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 당장 페스티벌이나 공연, 신곡 작업이 있어서 더 문제다.
물론 뮤지션이기 때문에 음악으로 승부를 보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팀명은 두 사람과 이들이 하는 음악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이들을 대표하는 이름이고, 또 두 사람이 어쿠루브 활동을 이어오면서 쏟아낸 정성이 있다. 지난 2013년 데뷔해 3년 동안 어쿠루브의 음악을 쌓아온 장본인은 바로 두 사람이다. 사실상 고닥과 재희가 아니고서 어쿠루브라는 팀명을 누가 사용할 수 있을까.
어쿠루브의 상표권 갈등은 앞서 보이그룹 비스트 사태와 같다. 비스트로 활동했던 다섯 멤버들 윤두준과 용준형, 양요섭, 이기광, 손동운은 전 소속사 큐브와 계약이 만료되면서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독자 회사를 설립하고 다시 출발하는 이들에게 걸림돌 역시 비스트라는 이름의 상표권. 비스트 이름 사용에 있어 어라운드어스와 큐브 측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이들은 하이라이트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데뷔하게 됐다. 물론 협의 과정에서 양측이 어떤 논의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쿠루브와 마찬가지로 비스트의 주축으로 마지막까지 활동했던 다섯 멤버들이 새로운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데, 또 다른 비스트가 데뷔한다고 해도 이름에서 이전의 의미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 정작 팀의 음악을 하고, 팀을 이끌어온 멤버들이 없는 상태에서 상표권만 가지고 있다고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결국 의미 없는 분쟁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seon@osen.co.kr
[사진]OSEN DB,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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