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세이브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이 다시 세이브와 무관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컨디션을 점검했다. 전체적으로 나아지는 모습이었지만 실투 두 개에 발목이 잡혔다.
오승환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미 워싱턴 D.C의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과의 경기에서 3-7로 뒤진 8회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워싱턴의 상위타선을 상대해 1이닝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13.50에서 12.27로 조금 낮아졌으나 팀 패배와 더불어 큰 위안은 되지 못했다.
지난 3일 시카고 컵스전(1⅔이닝 3실점) 등판 이후 좀처럼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하다 10일 신시내티전에서 세이브와 무관한 상황에 등판해 1이닝 1실점을 기록한 오승환은 하루를 쉬고 점검차 마운드에 올랐다.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13일 연투를 한다 하더라도 14일 휴식일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선두타자이자 최근 타격감이 좋은 이튼을 상대한 오승환은 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뒤 3구째 93마일 패스트볼을 던져 유격수 뜬공을 유도했다. 이어 디포는 초구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한 뒤, 2구째 95마일 패스트볼로 2루 땅볼로 처리했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오승환의 피칭이었다. 그러나 이후가 문제였다.
세 번째 타자는 절정의 감을 보여주고 있는 하퍼였다. 오승환은 하퍼에 초구 느린 커브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이어 바깥쪽에 볼 2개를 던진 오승환은 4구째 86마일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다만 2B-2S에서 던진 바깥쪽 패스트볼을 하퍼가 쳐냈는데 3루 라인을 타고 흐르는 2루타가 됐다. 시프트가 유격수쪽으로 잡혀 있어 잡기 어려웠다.
오승환은 이어 이날 3안타에 4타점을 기록하고 있던 머피라는 부담스러운 상대를 맞이했다. 하지만 변화구로 침착하게 볼카운트 싸움을 했던 오승환은 3구째 94마일 패스트볼로 파울을 유도해 유리한 볼 카운트를 잡았다. 하지만 4구째 슬라이더가 한가운데 몰리며 머피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맞았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믿었던 슬라이더가 실투였다. 방망이가 바짝 살아있는 머피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오승환은 짐머맨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이닝을 마쳤다. 결국 실투 두 개가 하퍼-머피라는 감 좋은 타자들에게 공략당한 셈이 됐다. 패스트볼 구속과 구위는 상당 부분 올라온 것이 확인됐지만, 올 시즌 문제로 지적되는 슬라이더가 이날도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였다.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사진] 워싱턴 D.C=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