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 어리니에 또 낚였다"
11일 방송된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22회를 본 일부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홍길동(윤균상 분)이 옥란(정다빈 분)과 상화(이수민 분)를 보며 그토록 찾아 헤맸던 여동생 어리니를 찾았다고 말했기 때문. 하지만 카메라는 여전히 둘을 동시에 담았고 시청자들은 어리니가 둘 중 누군지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역적'을 볼 이유는 많다. 성장한 어리니가 정다빈이든, 이수민이든 무슨 상관이랴. 광기 어린 폭정을 일삼는 연산군으로 100% 분한 김지석과 많은 대사 없이 눈빛이랑 걸음걸이만으로도 극의 몰입도를 200% 끌어올린 윤균상의 연기 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흐뭇한다.
이날 방송에서 연산군(김지석 분)은 참봉부인(서이숙 분)에게 생모인 폐비 윤씨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눈이 뒤집혔다. "네 놈의 아비가 감히 주인을 죽이고 내 어머니가 남긴 서한을 빼앗아 주인을 겁박했다지?"라며 홍길동에게 칼을 빼들었고 말려죽이겠다며 물 한 모금도 주지 않았다.
아버지인 성종대왕 때부터 충성을 다한 신하들도 제거했다. 술을 따라줬을 때 이를 흘려서 용포를 적신 게 불충이라며 유배를 보냈고 하찮은 이유들로 신하들을 벌했다. 사실 이들은 폐비 윤씨에게 사약을 건네거나 성종대왕의 명을 이행한 이들로 연산군으로서는 복수를 시작한 셈이었다.
연산군은 복수에 눈이 멀어 폭주했다. 성종대왕의 두 후궁을 불러들려 잔인하게 매질을 했고 그들의 아들들에게 "이 자루에 있는 건 네 어머니가 아니다. 감히 내 어머니를 참수시켜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암캐들이다. 어서 때려 죽이거라"며 잔인한 벌을 가했다.
옥에 쓰러져 있는 홍길동에게도 연산군은 "난 인간을 믿지 않는 인간이다. 또한 인간은 뼛속까지 사악한 존재임을 믿는 인간이다. 그래서 인간을 다스릴 땐 폭력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정치인이다"라며 "지켜보거라. 내가 어찌 나라를 다스리는지"라고 싸늘하게 말했다.
홍길동은 가까스로 기력을 찾았지만 연산군은 더 잔인해졌다. "역시 죽이는 것보다 저리 망가지는 걸 보니 더 좋구나"라며 홍길동을 사냥놀이의 도구로 여겼다. 그에게 화살을 쏘며 재밌어 하는 연산군은 현재로 말하면 사이코패스 그 자체였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녹수 장씨(이하늬 분)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뿐.
난폭해지면서 여색에도 더욱 집중하게 된 연산군이다. 전국의 관기들을 불러 '흥청'이라고 칭하며 노래와 춤을 시켰다. 홍길동을 구하고 싶은 마음을 품은 채 센터에 선 녹수는 장구춤으로 연산군을 매료시켰다. 연산군은 "이것이 바로 군주의 연희다. 너희가 바로 조선의 소리"라며 광적으로 기뻐했다.
녹수를 데리고 그는 다시 한번 홍길동 사냥에 나섰다. 홍길동은 화살을 피해 달아났고 그곳에서 어리니의 목소리를 들었다. 옥란과 상화를 보며 그는 "성님 어리니를 봤소. 임금님이 무섭다고 울고 있었소"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결국 그는 다시 옥에 갇혔다.
하지만 이는 홍길동이 각성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는 "그동안 못된 짓 많이 하고 살았다. 충원군한테도 그렇고 금주령 때 술도 팔았다. 억울한 이들 도와준다고 미운 놈들 다리도 숱하게 부러뜨렸다. 그런데 지금은 화가 안 나고 마음이 슬프다. 집 빼앗기고 가족 잃은 사람들 눈물이 우리 어리니와 가령이 눈물 같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앞서 연산군은 홍길동이 아기 장수로 백성들을 사로잡았다며 힘줄을 다 끊고 뼈마디를 부숴버렸던 바. 그래서 홍길동은 기력 없이 절뚝거리며 다녔지만 이번 각성을 토대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연산군의 폭정에 가족과 집을 잃은 백성들의 눈물을 생각하며 온 눈빛과 몸으로 복수의 의지를 다졌다.
폭주하는 연산군과 복수를 꿈 꾸는 홍길동. 이를 연기하는 김지석과 윤균상의 연기 대결은 팽팽했다. 남은 8회 동안 어리니가 누군지는 분명 밝혀질 터. 우선은 두 캐릭터의 용호상박 기싸움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전망이다. 어리니 is 누군들. 윤균상과 김지석만으로도 충분하다.
/comet568@osen.co.kr
[사진] '역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