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확 달라진 장민석, "전성기? 평가는 나중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4.12 10: 56

"이제부터가 전성기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17년차 외야수 장민석(35)을 바라보며 한 말이다. 시즌 초반이지만 그만큼 페이스가 좋다. 개막 9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터뜨리며 40타수 14안타 타율 3할5푼 2타점 8득점 4볼넷 출루율 4할9리에 2도루를 기록 중이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3할2푼4리 12안타 7타점 8득점 4도루로 예사롭지 않은 조짐을 보였고, 시즌 들어서도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1년 현대에 투수로 입단한 장민석은 2008년 야수로 포지션을 전향했다. 2010년 넥센에서 119경기 타율 2할8푼3리 123안타 1홈런 47타점 41도루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 이후로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해 2014년 두산으로 트레이드됐고, 2016년에는 2차 드래프트로 한화에 이적했다. 이적 첫 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2년차가 된 올 시즌은 달라졌다. 

오른 다리를 완전히 열어놓은 오픈 스탠스로 타격폼을 바꾼 효과를 보고 있다. 폼만 바뀐 게 아니다. 심리적으로도 더 이상 쫓기지 않는다. 달라진 스스로를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한화에서 가을야구를 고대하는 장민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시즌 출발이 어느 때보다 좋은데 어떤가. 
"다들 타격폼에 대해 많은 이야기한다. 솔직히 아직 많은 경기를 한 게 아니라 이 폼이 나한테 맞고 좋다 이럴 단계는 아니다. 시즌이 끝날 쯤에도 이 정도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해서 좋아졌는지 설명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래도 주위 사람들이 '타이밍 잡는 게 좋아졌다'고 말한다. 왼손 투수 공 역시 작년보다 타이밍을 잡아두고 바깥쪽을 칠 수 있게 됐다."
- 타격폼 변경을 언제, 왜 시도하게 됐나. 
"타격폼은 쉽게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어차피 바닥이고, 내가 있는 위치에서 이렇게 해도 안 되면 바꿔 볼 필요가 있었다. 뭔가 변화를 줘야 할 상황이라 작년 마무리캠프 때부터 타격폼 수정을 시도했다. 그 이전 두산에 있을 때부터 조금씩 생각하고 있었다. 2014년 두산 첫 해 캠프에서 나카무라 아키라(소프트뱅크) 타격폼을 처음 보고 한마디로 꽂혔다."
- 나카무라에게 특별히 꽂힌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소프트뱅크랑 연습경기를 하는데 나카무라가 잘 치더라. 오른 다리를 투수처럼 엄청 높게 들고 치는데 타이밍이 참 좋아 보였다. 어떻게 저 자세로 타이밍을 잡을까 싶었다. 처음엔 나카무라가 잘하는 선수인 줄 알았는데 그해부터 잘하기 시작하더라. 그때부터 나카무라의 타격 영상을 찾아보며 연구하기 시작했다. 폼을 따라하는 것보다 타격 타이밍과 포인트를 봤다."
- 타격폼을 크게 바꾼 만큼 두려움도 있었을 텐데. 
"솔직히 내가 처음 폼을 바꿨을 때 주위에선 별로 기대 안 했을 것이다. 좋은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카무라를 보고 당장 따라해야겠다고 한 게 아니었다. 오래 전부터 나카무라를 지켜봤고, 나름대로 자료를 찾아 연습하며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계기가 필요했다. 우리 팀 연습량이 많으니까 마무리캠프에서 잘하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 김성근 감독은 타격폼 수정을 어떻게 바라보던가. 
"감독님은 타격에서 주문사항이 많으시다. 그런데 작년에 폼을 수정했을 때는 크게 뭐라 안 하셨다. 마음에 안 들면 '그건 아니다'고 바로 말씀하셨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시범경기 막판 감이 조금 안 좋았을 때 감독님과 연습하면서 다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어깨가 빠지지 않고 치는 것을 강조하신다. 감독님도 그 부분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씀하셨다."
- 2010년 넥센에서 활약할 때와 요즘을 비교해보면. 
"완전 다르다. 솔직히 그때는 야수로 전향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멋모르고 치고 달리고 했다. 야구를 알고 한 것이 아니었다. 분석도 잘하지 않았다.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앞에서만 '예'라고 대답했을 뿐이었다. 지금은 데이터 야구에 맞게 팀에서 주는 자료도 보고 생각을 많이 한다. 나이가 들어선지, 아니면 야구가 잘 안 되어선지 주위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더라. 그때보다 조금 더 오래 좋은 것을 유지하지 않을까 싶다."
- 이적 첫 해였던 지난해에도 시즌 초반 기회가 있었다. 
"작년에는 너무 오버했다.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시즌에 들어가서도 뭔가 해야되겠다는 마음이 컸다. 이적 첫 해라 여유가 없었다. 보여줘야 하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올해는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경기에 나가서 나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타격폼 수정한 게 경기에선 어떨지 궁금했다. 긴장해서 누구한테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없어졌다."
- 앞으로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할 듯하다. 
"그렇다. 내가 가장 바라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한화에 온 뒤 가장 놀란 건 팬들이었다. 생각한 것보다 팬들이 많고, 열기가 정말 장난 아니었다. 작년이나 올해나 뭔가 잘해서 많은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다. 모든 한화팬들이 원하는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 이용규가 부상에서 복귀하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용규가 오면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여기서 더 잘해야 한다며 오버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프로에서 경쟁은 당연한 것이다. 경쟁해야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다. 매경기 열심히 해서 팀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
- 김성근 감독은 "이제부터가 장민석의 전성기"라고 표현했다. 
"그런 말은 아직 조금 그렇다(웃음). 너무 이르다. 나이도 있지만, 여기서 너무 오버하면 안 된다. 시즌이 길기 때문에 앞으로 주춤하는 시기도 있을 것이다. 지금 페이스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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