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팬들 사이에는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게 연예인과 손아섭 걱정이다'라는 말이 있다. 언뜻 우스갯소리처럼 보이지만 손아섭이 보여주는 꾸준함을 감안한다면 결코 가볍게만 들리지는 않는다.
손아섭은 1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전에 1번타자 우익수로 선발출장,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전준우의 부상으로 올 시즌 첫 리드오프 출장했음에도 끄떡없었다. 롯데는 손아섭의 활약에 힘입어 SK를 6-4로 꺾었다.
손아섭은 개막 두 경기서 7타수 무안타 1볼넷 2삼진으로 부진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성적은 8경기 출장 타율 2할3푼3리(30타수 7안타), 무홈런, 4타점. 하지만 손아섭의 초반 부진은 낯설지 않다. 손아섭은 2007년 프로 데뷔 이후 꾸준히 4월에 부진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손아섭의 4월 성적은 170경기 출장 타율 2할8푼9리, 12홈런, 63타점. 손아섭의 월간 성적 중 가장 안 좋다. 월간 타율이 3할을 넘지 않는 달은 4월이 유일하다.
부진은 매번 4월을 넘기지 않았다. 손아섭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제 모습을 찾아왔다. 손아섭은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타율 3할2푼2리를 기록 중이다. 전체 3위이자 현역 2위. 전체 2위 김태균과는 2리 차로 촘촘하기 때문에 언제든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 손아섭의 목표는 그와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 故장효조의 통산 타율 3할3푼1리를 겨냥하고 있다.
통산 타율은 매 경기, 매 시즌 꾸준한 활약을 펼친 이들에게 따라오는 훈장이다. 한 시즌 3할을 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는 지난해까지 7년 연속 3할 고지를 넘어섰다.
손아섭은 이날 경기로 의미 있는 기록 두 가지를 동시에 작성했다. 그는 2-1로 앞선 6회 2사 1·2루에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손아섭은 상대 선발 박종훈의 2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때려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2루타 199개, 타점 498점을 기록 중이던 손아섭은 이 안타로 2루타 200개와 500타점을 단번에 기록하게 됐다. 2루타 200개는 통산 60번째, 500타점은 통산 77번째 기록이다. KBO리그 역사에 또 하나의 발자취를 남긴 것이다.
손아섭은 조만간 KBO리그 30번째로 통산 1200안타 기록할 전망이다. 그는 이날 3안타로 현재 1198안타를 기록 중이다. 지금의 감을 유지한다면 기록 달성은 머지않을 것이다.
그는 이날 경기 포함하면 타율 2할8푼6리로 훌쩍 뛰었다. 표본이 낮은 탓에 가능한 상승세였다.
아직 4월도 열흘 밖에 지나지 않았다. 과거에 비춰보면, 지금 손아섭의 모습은 '예고편' 수준. 3안타 2타점으로 팀 승리를 이끈 손아섭의 2017시즌 본편은 어떤 모습일까. 그 모습은 신바람을 내고 있는 롯데가 기다리는 그림이다. /ing@osen.co.kr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